교정당국, 건강 응급 상황 대비해 다른 교도소로 이송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가혹한 처우에 항의하고자 103일째 옥중 단식 투쟁 중인 이탈리아 무정부주의 단체 대표인 알프레도 코스피토(55)가 다른 교도소로 이송된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코스피토의 변호인인 플라비오 로시 알베르티니는 30일(현지시간) 코스피토가 최근 몇 년간 수감됐던 사르데냐섬 사사리 교도소에서 밀라노의 오페라 교도소로 곧 이송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강이 위독하다는 담당 의사 소견이 나오자 교정 당국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사사리 교도소보다 의료 시설이 훨씬 잘 갖춰진 오페라 교도소로 이송을 결정한 것이다.
코스피토는 2012년 원자력기업 대표의 무릎에 총을 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수감 중에 2006년 경찰학교 폭탄 공격에 연계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처해졌다.
이에 더해 지난해 5월부터는 독방에 수감됐다. 그가 무정부주의 단체 동료들에게 무장투쟁을 계속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교도소 측은 코스피토가 정부 기관을 상대로 제2의 폭탄 테러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면회를 제한한 것은 물론 동료 수감자들과 교류하지 못하도록 하루 1시간만 독방에서 나오는 것을 허용했다.
이에 그는 가혹한 처사라며 지난해 10월 20일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올해 1월 초까지는 보충제를 먹었지만, 이후로는 이마저도 끊고 현재 물, 설탕, 꿀로 연명하고 있다.
단식 투쟁 전만 해도 키 194㎝에 몸무게가 118㎏에 달했으나 이제는 73㎏으로 체중이 45㎏ 가까이 빠졌다. 단기간에 급격한 감량으로 인해 장기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우려된다고 담당 의사는 전했다.
단식 투쟁 100일째인 지난 27일에는 이탈리아 재외 공관이 잇따라 공격을 받았다.
독일 베를린 주재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일하는 외교관의 차량에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주재 이탈리아 총영사관에선 누군가 건물 창문을 파손한 뒤 달아났고 총영사관 입구 벽에는 "코스피토를 석방하라", "완전한 사면", "이탈리아 살인 정권" 같은 낙서가 발견됐다.
한 무정부주의 단체는 바르셀로나 총영사관을 공격한 것은 자신들이라며 코스피토에 대한 연대의 표시라고 밝혔다.
28일에는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코스피토 지지자들이 경찰과 충돌해 경찰관 1명이 머리에 병을 맞았다. 29일에는 이탈리아 2개 신문사 편집장 앞으로 총알이 든 협박 편지가 발송됐다.
편지에는 코스피토에 대한 가혹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더 많은 폭력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알베르티니는 코스피토가 오페라 교도소로 이송된 뒤에도 단식 투쟁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스피토는 음식을 거부할 것"이라며 "오페라 교도소의 유일한 장점은 응급 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의료 전문가들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총리실은 29일 성명을 내고 이런 폭력이 정부 기관들을 굴복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테러 행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강력한 구금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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