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몬 먹일 도토리 부족…하몬 생산 20% 감소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기후변화 탓에 스페인 고급 햄 '하몬 이베리코 베요타'가 위기에 처했다. 최고 등급 이베리코 돼지의 주식인 '도토리'가 건조한 기후 탓에 흉작을 겪고 있어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0일(현지시간) 지난해 스페인 서부 엑스트레마두라주(州)에서 최고등급 하몬인 '하몬 이베리코 베요타' 생산량이 전년 대비 20%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하몬 이베리코는 스페인 고유 혈통 흑돼지인 '이베리코'의 뒷다리를 염장 숙성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이 중에서도 하몬 이베리코 베요타는 자연방목을 통해 도토리나 허브 등 천연사료만으로 사육한 돼지가 주재료다.
최고 등급 하몬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축 전 마지막 한 달 동안 흑돼지를 스페인 서부에 위치한 참나무 숲 데헤사에 풀어놓고 이곳에서 나는 도토리를 먹여야 한다.
문제는 이 지역에 비가 오지 않아 흑돼지가 섭취할 도토리가 부족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흑돼지에게 도토리를 먹이지 못하면 스페인 정부의 품질 인증을 유지할 수 없고, 자연히 최고 등급 하몬 출하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페인은 지난해 기록적 폭염과 가뭄을 겪으면서 도토리를 비롯한 각종 농업 생산품 수확에 차질을 빚었다.
엑스트레마두라는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지역의 강수량은 지난 50년 사이 35% 감소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스페인의 대표 하몬 생산 업체인 '세뇨리오 데 몬타네라' 대표 프란시스코 에스파라고는 "데헤사의 참나무는 길고 덥고 건조한 여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면서 올해 여름도 지난해만큼 건조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도토리를 수입해 흑돼지에게 먹일 수도 있지만 관계자 측은 전염병 확산 위험을 우려해 이를 꺼리고 있다고 에스파라고 대표는 덧붙였다.
그는 "데헤사가 버티지 못하면 돼지뿐 아니라 소를 방목할 곳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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