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언론 "두 사람 경쟁 끓는점 근접"…디샌티스, 올해말 출마선언?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를 향한 견제가 점점 더 노골화하고 있다.
작년 11월에 일찌감치 대선 재도전을 공식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당내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자 그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주말인 28일(현지시간) 뉴햄프셔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차기 대선 경선을 향한 첫 선거운동 테이프를 끊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행사 직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디샌티스 주지사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불쾌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의 출마는 괜찮다. 여론조사에서 내가 훨씬 앞서 있다"면서 "그가 원하는 일을 하겠지만, 그는 출마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그를 (플로리다주지사에) 당선되도록 했기 때문에 그가 출마하는 것은 상당히 불충(不忠)한 행위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내가 나서지 않았으면) 그는 기회가 없었고, 그의 정치 생명은 끝이 났었다"고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와의 승부에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그가 출마하는 행위 자체가 자신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라는 인식이 깔린 셈이다.
전직 해군 변호사였던 디샌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를 지역구로 둔 공화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이던 2018년 주지사에 처음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트럼프가 트위터로 그가 '위대한 주지사'가 될 것이라고 한 직후 당내 경선에 뛰어들어 '트럼프 심(心)'을 등에 업고 거침없이 일사천리로 주지사직에 올랐다.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후원 속에서 주지사가 됐고, 이후 트럼프의 각종 정책을 지지하면서 '리틀 트럼프'라는 별칭도 얻었다.
트럼프 입장에선 자신이 키워준 정치인이 '대선 후보급' 중량 인사가 돼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자 심기가 불편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디샌티스는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서 낙마한 뒤에도 주지사 선거에서 압승하며 더는 트럼프 후광 없이도 '독자 생존'이 가능한 유력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31일 "트럼프가 디샌티스를 겨냥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런 발언은 디샌티스의 대선 야망이 더욱 가시화하는 징후에서 나왔다"며 "두 사람 간 경쟁이 끓는 점에 근접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디샌티스 주지사는 아직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 내에선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판단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플로리다 주의회 회기가 끝나는 올해 말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언론은 디샌티스 측이 향후 대선 캠프에서 일할 참모를 비롯해 공화당 직원들과 접촉에 들어갔다고 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필 콕스, 제너러 팩 등 2명의 디샌티스 측근이 차기 대선 논의에 관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지층 여론에 따라 출마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8 중간선거 직후 공화당 지지층 여론은 트럼프보다는 디샌티스의 손을 들어줬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건 유출 파문을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앞선다는 여론조사들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뉴햄프셔 유세에서 "사람들은 내가 선거운동을 하지 않고 있고 이전 같지 않다고 한다"며 "그러나 나는 더 화가 나 있으며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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