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때문에 일 계속하나 수입 급감…당국 HIV 예방책도 차질"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곳곳이 타격을 받은 가운데 성매매 여성들이 전쟁 전보다 더 심한 빈곤과 신상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성매매는 불법이지만 널리 용인돼 왔다. 약 5만3천 명의 성노동자가 있으며, 전쟁 전에는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섹스관광지 중 한 곳이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수입이 급감했을 뿐 아니라 마약중독,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예방을 위한 당국의 지원 프로그램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성노동자들의 어려움이 커졌다고 NYT는 전했다.
HIV 보유 인구가 많은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 전까지만 해도 HIV 대응이 공중보건 서비스의 우선순위에 있었는데, 전쟁 발발 이후에는 원활하지 않은 상태다.
우크라이나 관영 공공보건센터에 따르면 HIV 감염 또는 마약중독 관련 지원 대상자의 약 3분의 1이 지난해 여름까지 지원을 받지 못했다.
항레트로바이러스제 치료 등을 하는 우크라이나 내 치료센터 약 40곳이 지난해 운영을 중단했으며, 그중 절반은 포격 피해에 따른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주삿바늘 돌려쓰기나 성행위를 통한 HIV 감염을 막기 위해 지급하던 콘돔과 깨끗한 바늘이 부족해졌다고 사회복지사들은 전했다.
가족 걱정과 경찰 단속에 대한 우려로 성씨를 뺀 이름만 공개한 성노동자들은 열악한 여건에도 생계 때문에 일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중부 카미얀스케에서 공습 사이렌이 멈추면 대피소를 빠져나와 고객을 찾아 거리로 나서는 올레나는 "전쟁 첫날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이튿날에는 나왔다"고 했다.
전쟁은 예전에도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었던 이들의 일에 고충을 한층 더하고 있다.
테탸나는 총을 든 군인이 다가와 할인을 요구하면 거절하기가 무섭다고 말했고, 올레나는 2명 이상의 남성이 타고 있는 차에는 타지 않는다고 했다.
류드밀라는 전쟁 전의 반값인 시간당 6달러에 일하고 있다면서 "단골고객들도 돈이 없어 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 손님들이 줄어든 것이 수입에는 큰 타격이 되고 있다.
드니프로에서 일하며 어머니와 형제들을 부양하는 울라다는 예전보다 손님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면서, 예전에는 고객들이 팁을 많이 줬지만 이제는 업주에게 절반 떼어주고 나면 남는 돈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키이우에서 동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는 남성 데니스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다"라며 "공습 사이렌에 질린 사람들은 나를 만나는 것보다 다른 일이 우선인 것 같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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