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노동인구 660만 감소…제조업체 구인난 심화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춘제(春節·설) 연휴가 끝난 뒤 생산 시설이 밀집한 중국 연해 지역에서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고 매일경제신문 등 현지 매체가 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광둥성과 저장, 장쑤, 푸젠성 등 중국의 생산 거점인 동부와 남부의 연해 도시들이 춘제를 맞아 귀향했던 농민공들의 복귀와 신규 인력 확보전을 펼치고 있다.
춘제 이틀 뒤인 지난달 24일 광둥성 중산에서 출발한 4대의 대형 버스가 광시성 우저우에 도착, 가전업체 TCL의 에어컨 생산라인 인력 160명을 운송했다.
이는 춘제 이후 귀향 인력이 광둥성 산업 현장에 복귀한 첫 사례다.
지난달 26일에는 푸젠성 푸저우공항에 윈난에서 복귀한 노동자 238명을 태운 항공기가 도착했는데 이 항공기는 푸저우시가 생산 인력을 데려오기 위해 띄운 무료 전세기였다.
이날 장쑤성 우시시도 전세기로 윈난성 취징에서 120명의 노동자를 운송했다.
저장성 인사청은 지난달 28일 쓰촨성 광안에서 1천100여 명의 인력을 모집하는 채용 박람회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항저우와 닝보, 원저우, 후저우 등 저장성 내 여러 도시에 소재한 기업들이 대거 참가했다.
닝보시는 하루 전인 27일 독자적으로 구이저우에서 관내 11개 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인력 확보를 위한 채용 설명회를 열었다.
지방정부들은 기업들의 인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채용 박람회 개최, 복귀 노동자 수송 전세기와 차량을 무료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재정 지원에도 나섰다.
중국의 '기술 허브' 광둥성 선전은 다음 달 5일까지 외지에서 노동자 500명 이상 복직시킨 기업에 고용 인력 1인당 200위안(약 3만6천 원)씩 기업당 최대 40만 위안(약 7천300만 원)의 '복직 교통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다음 달부터 오는 4월까지 선전에서 처음 취업하는 사람에게 1인당 500위안(9만 원)의 취업 수당도 주기로 했다.
선전시는 오는 3월까지 208차례 채용 박람회도 열기로 했다.
연해 지역이 구인에 적극적인 이유는 노동 집약형 생산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 특성상 조업 정상화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생산 현장 노동자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많은 농민공이 고향에 돌아간 뒤 복귀하지 않았고, 단순 생산직을 기피하는 경향에 따라 연해 지역은 지난 3년간 생산 라인 인력난이 심화했다.
방역 완화에 따라 경제 회복 조짐이 보이고, 주문이 늘면서 올해 생산직 인력난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닝보시가 최근 3천147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올해 농민공 복귀율이 80%에 달하더라도 이미 확보한 주문이 많고, 생산 확대가 예상돼 일손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됐다.
매년 춘제 이후 연해 지역 인력 확보전이 펼쳐졌지만, 올해 더욱 치열한 이유는 중국의 16∼59세 노동연령인구(노동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 통계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노동인구는 8억7천556만명으로, 1년 전보다 666만명 감소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10년간 감소한 중국의 노동인구는 5천600만명에 달해 감소 추세가 지속됐다.
이 기간 헤이룽장, 허베이, 산둥이 600만명 이상 감소하는 등 전국 31개 성·시 가운데 20개 이상 지역의 노동인구가 줄었다.
게다가 연해 지역 생산 현장 최일선을 지켰던 중서부 지역의 농민공들이 연해와 중서부의 경제 격차 축소에 따라 현지에서도 일자리 찾기가 용이해지자 더는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연해로 나가려 하지 않고 있다.
창장 삼각주와 주장 삼각주 등 연해 지역에서 시작된 인력난이 최근 중서부 지역인 안후이, 장시, 쓰촨, 후난, 충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21년 중서부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산시성의 성도(省都) 시안의 기업 13.6%가 고용 부족 상태이고, 후난성 최대 도시 창사에서는 19개 기업 중 15곳이 심각한 고용난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산업계 관계자는 "노동인구의 감소에 따라 인건비 상승을 피할 수 없어 '인해전술'식 생산 형태는 활로가 없다"며 "중국 제조업의 생산 방식 전환과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인력난은 필연적이며, 기술력 향상 속도를 높여야 해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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