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샌티스·펜스·폼페이오·리즈 체니 등 출마 저울질 관측
트럼프는 선거자금 모금 난항…재선 재도전 가도에 빨간불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공화당 정치인들이 1년 9개월여 앞로 다가온 2024년 대통령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는 가운데, 니키 헤일리(51)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대권 출사표를 던진다.
AP통신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는 자신이 6년간 주지사로 재직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찰스턴에서 오는 2월 15일 행사를 열고 공식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헤일리 선거운동본부 측은 지지자들에게 1일(현지시간) 이메일로 행사 초청장을 발송할 계획이다.
이 소식은 찰스턴 지역 일간지인 포스트앤드쿠리어가 가장 먼저 보도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헤일리가 예정대로 공식 출마선언을 한다면,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이어 2번째가 된다.
헤일리는 2017년 1월부터 2018년 말까지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유엔대사를 지내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4건 채택을 주도하는 등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이끈 대북 강경파로 꼽힌다.
그가 대사직을 그만둘 때는 2020년 대선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서서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트럼프와 경쟁할 것이라거나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의 자리를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헤일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돌아가서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의 이사로 일하면서 강연을 다니고 책 2권을 썼다. 저서를 내는 것은 대통령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인들이 흔히 하는 일이다.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폭동 사건 후에 헤일리는 트럼프의 정치적 미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2024년에 트럼프가 출마한다면 그에 맞서서 경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후로 마음을 바꿔서 작년에는 여러 공직 후보들을 자신의 이름으로 추천하는 등 대선 선거전에 뛰어들려는 것으로 해석될만한 행보를 보였다.
작년 말 한 대학 강연에서는 대선 출마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휴식을 가지려고 한다는 말도 했다.
헤일리는 지난달 19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마음을 바꾼 이유로 "여러 가지가 변했다"며 그 중 하나로 미국의 경제위기를 들었다. 이어 자신이 "새로운 세대 교체"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 76세로 고령이라는 점을 넌지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지난달 27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헨리 맥매스터 주지사와 해당 지역의 일부 공화당원들과 함께 선거유세를 벌였다. 맥매스터 현 주지사는 헤일리가 주지사일 때 부지사였다.
트럼프는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는 NBC 제휴 방송국 WIS-TV와 인터뷰에서 며칠 전 헤일리가 출마에 대한 의견을 전화로 물어왔다며 "그렇게 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겠지"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헤일리 외에 2024년 공화당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 등이 있다.
작년 11월 중간선거 직후 여론조사에서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트럼프보다 지지율이 높았으나, 최근에는 재역전돼 트럼프가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트럼프는 최근 선거비용으로 쓸 현금이 부족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국 NBC뉴스는 단독 입수한 트럼프 캠프 회계자료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하면서 작년 마지막 6주간 트럼프가 선거운동본부, 그리고 공동 정치자금 모금 위원회를 통해 950만 달러(117억 원)를 챙겼다고 전했다.
3번째 출마를 노리는 트럼프의 선거운동 회계신고 마감 시한은 지난달 31일이었다.
NBC뉴스는 공화당 관계자들의 익명 발언을 인용해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는데도 트럼프가 그 직후 출마를 강행했고, 기부자들 사이에 피로 현상이 있는데다가 가장 큰 모금 플랫폼인 페이스북을 이용하지 못하게 됐던 점 등 여러 요인 때문에 트럼프가 현금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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