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는 중동국가 레바논이 고시 환율을 대폭 조정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리아드 살라메흐 레바논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부터 현지 화폐인 레바논 파운드화의 환율을 달러당 1천507에서 1만5천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레바논이 고시 환율을 변경한 것은 1997년 이후 근 26년 만이다.
살라메흐 총재는 "새로운 고시 환율 도입은 국제통화기금(IMF)과 맺은 30억 달러 구제금융 계약 조건 중 하나인 환율 체계 통합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앙은행(BDL)이 외환거래 기록을 위해 개발한 '사이라파 플랫폼' 환율은 달러당 3만8천, 암시장 환율은 5만7천이다.
그는 이어 "새 환율이 시중 은행에 적용되면 은행 자기자본이 감소할 것"이라면서 "충격 완화를 위해 5년간의 자기자본 재조정 기간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 환율 변경으로 현지 화폐 가치가 무려 90%나 낮아졌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그보다 훨씬 높은 환율이 적용되고 있어 일반인들이 받는 충격은 미미할 전망이다.
레바논의 경제난은 지난 2019년 시작돼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를 만나면서 깊어졌다. 그 사이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계속 폭락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레바논의 경제 위기를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 역사에서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불황으로 진단했다.
레바논은 유엔 분담금을 내지 못해 최근 유엔총회 투표권까지 박탈당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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