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정상회의 앞둔 우크라, 부패와 전쟁 '박차'

입력 2023-02-01 22:45   수정 2023-02-03 17:59

EU와 정상회의 앞둔 우크라, 부패와 전쟁 '박차'
유력 기업가·전직 장관 동시다발 가택수색…개혁 의지 과시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우크라이나가 최근 정부 고위인사 다수를 부패 혐의로 물갈이한 데 이어 이번에는 유력 기업가와 전직 장관에 대한 동시다발적 가택 수색에 나섰다.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중요한 이벤트가 될 EU와 정상회의를 앞두고 부패 척결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1일(현지시간) dpa,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이날 기업가 이호르 콜로모이스키와 아르센 아바코우 전 내무장관에 대해 가택 수색을 했다.

콜로모이스키는 현지 주요 TV 채널 한 곳을 소유하는 등 우크라이나 최대 자산가 중 한 명이다.
그는 2019년 대선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등 한때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대통령과 거리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콜로모이스키는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2개 석유 기업에서 벌어진 9억3천만 유로(약 1조2천500억 원)규모의 횡령 사건 관련 및 탈세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바코우 전 장관은 지난 18일 내무장·차관 등 14명이 사망한 헬리콥터 추락 사건의 구매 계약과 관련한 수사를 받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사고 헬리콥터는 에어버스가 제작한 기종으로, 2014~2021년 아바코우 전 장관이 내무장관으로 재직하던 때 구매 계약이 맺어졌다.
아바코우 전 장관은 "계약은 정부와 의회에서 승인한 것이다. 당연히 수색에서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집권여당 '국민의 종'의 다비드 아라하미야 원내대표는 이들에 대한 수사 사실을 확인하는 한편 국세청에 대한 수색도 실시됐으며, 관세청 지도부가 파면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라하미야 대표는 텔레그램에서 "국가가 전쟁 중에 변화할 것"이라며 "만약 누군가 변화할 준비가 안 됐다면 국가가 그들의 변화를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31년 전 독립선언 후 줄곧 공공 및 정치 부문의 부패가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부패감시 단체 국제투명성기구(TI)는 2021년 우크라이나의 '부패인식지수'(CPI)가 세계 180개국 가운데 120위라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최근 들어 전쟁을 지원하는 서방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부패와의 전쟁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5개 주 주지사와 국방부 차관, 검찰 부총장, 대통령실 차장, 지역 개발 담당 차관 2명 등 고위인사 10여 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부패 의혹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3일에는 수도 키이우에서 EU와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으로, 이 자리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추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정부의 개혁 노력을 강조하며 "진전 상황에 걸맞은 EU 측의 결정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jo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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