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멕시코시티 CCTV 관제센터, 2천만명 수도권 치안 24시간 감시

입력 2023-02-05 08:00  

[르포] 멕시코시티 CCTV 관제센터, 2천만명 수도권 치안 24시간 감시
한국의 '119·112' 통합 개념…"멕시코 치안 불안? 편견 지우고파"
장비 7만여대 운용…"긴급연락 의사 30명 항시 대기·가용 병상까지 파악"
주말엔 12시간 맞교대 "힘들지만, 보람"…한인 밀집지역 CCTV 확충 진행중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한국과 달리 멕시코에서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는 무기를 소지한 사설 보안요원의 순찰 모습이다.
웬만한 큰 건물을 비롯해 은행과 명품 상점 앞에는 어김없이 경비업체 관계자들이 삼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
멕시코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로 꼽히는 치안 불안을 방증하는 사회상이다.
하지만 이와 맞물려 각종 사건·사고·재난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정부 노력도 나름대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1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 폐쇄회로(CC)TV 관제센터, 'C5'도 그 노력의 한 축이다.
'지휘·통제·통계·통신·시민지원'의 스페인어 첫 글자를 딴 C5는 한국으로 따지면 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과 소방 119종합상황실, 각 지방자치단체 CCTV 관제센터 등 기능을 통합해 놓은 콘트롤타워다.
약 2천600명의 직원이 업무별로 나뉘어 365일 24시간 근무하며 2천만명에 달하는 수도권 광역 유동 인구의 안전 상황을 체크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직접 찾은 C5는 멕시코시티 중에서도 한복판인 센트로(Centro)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관계자 안내에 따라 들어선 센터 내부는 한국 시설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메인 관제실 정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의 가운데에는 국립지진청과 연계된 멕시코 전체 지진 감시 지도가 자리했다. 그 양옆으로는 주요 도로 차량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영상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내부에는 직원들이 115개의 개별 좌석에 각각 앉아 데스크톱 모니터에 집중한 채 수시로 누군가와 분주히 소통하고 있었다.
좌석마다 최대 4대의 모니터가 있었는데, 일반인은 봐도 모르는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듯 기자가 직원의 등 뒤에서 한동안 살펴보는 것을 제지하지도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후안 마누엘 가르시아 오르테곤 C5 센터장은 "지난해 하루 평균 2만 건에 가까운 각종 신고 및 제보 전화를 처리했다"며 "통화 대기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센터 한편에 설치된 또 다른 모니터에는 신고 전화 대기자 수와 신고자가 가장 오래 기다린 시간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돼, 상황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게 했다.
해당 모니터에는 최근 멕시코시티에서 잇따라 발생해 주민 불안을 키운 지하철 사고와 관련해 '지하철에 대한 모든 사건은 바로 통보하라'는 메시지를 큰 글자로 띄워 두기도 했다.



C5는 지난 2009년 멕시코시티 긴급 시민보호센터(CAEPCCM)를 모태로 해서 출범했으며, 2010년부터 CCTV 영상감시를 통한 안전 도시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911 긴급전화(경찰·소방 통합), 089 익명 제보 전화, 지진 알람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C5 서비스 시스템을 갖춘 건 2015년께다.
센터장은 "CCTV 설비는 해마다 늘려 현재는 7만2천208개를 운용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이 가장 바쁘다"고 말했다.
다른 공간에는 마치 콜센터처럼 영역별로 구분된 업무 공간도 있었다. 이곳에서는 경찰, 소방 관계자 등과 함께 근무하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차·구급 차량의 최적 동선을 실시간으로 중계해 주거나, 의료 지원을 하고 있었다.
구스타보 게레로 쿠에바스 C5 운영 총국장은 "위급한 환자를 위해 연락할 의사 30여명이 비상 연락 체계를 갖춰 대기하고 있다"며 병원 입원 병상(베드) 숫자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의료진과의 긴급 연락 시스템이 내실 있게 운영되는지까지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상호연락체계를 구비했다는 점은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주말의 경우 12시간 맞교대를 하다 보니 힘들긴 하지만, 우리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멕시코가) 치안이 불안하다는 견해를 지워가고 싶다"고 피력했다.
현재 멕시코시티에서는 한인 시민경찰대가 주멕시코 한국대사관과 함께 한인 밀집 지역 50여 곳을 대상으로 한국산 CCTV를 구축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설치비를 부담한 뒤 멕시코시티 측에 기증하면, C5에서 운영·유지·보수를 맡는 방식이다.
가르시아 오르테곤 C5 센터장은 이 사업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히며 "한인 공동체의 이런 선례를 다른 집단 또는 단체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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