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네덜란드·프랑스 등 지원안 거론
"일단 약속한 무기들부터 빨리 공급하고 장기과제로 검토"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전투기를 지원해 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서방측이 현재로서는 '노'라고 하고 있으나 앞으로도 '절대 불가'라는 입장은 아니라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서방측 관계자들은 현재로서는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명확히 공개로 밝히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하는 것에 찬성하느냐는 기자 질문을 받고 단번에 "노"라고 잘라 답했다.
하지만 서방 측 관계자들의 비공개 논의를 살펴보면 실은 "시간 문제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 폴리티코의 지적이다.
이 매체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가 구식 공군 항공기를 "결국은" 새 전투기로 교체해 기기 노후화가 심한 공군을 현대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당장은 우크라이나 측이 당장 전투하는 데 필요한 무기를 보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마찬가지 대화가 유럽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폴란드, 네덜란드, 프랑스 등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보내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일단 최근 몇 주 사이에 지원 약속이 이뤄진 신형 주력 전차 등을 보내 주는 데에만 해도 상당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한 동유럽 국가의 고위 외교관은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할 이슈라고 생각한다"며 지원 결정이 1월에 내려진 무기들을 가능한 한 빨리 우크라이나 측에 인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폴리티코는 "이런 대화로 보아 (우크라이나에 서방측 전투기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서방국가 관계자들의) 논조가 지금으로서는 부정적이지만, 이 이슈는 막후에서 계속 논의가 이뤄지다가 결국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이런 논의 패턴이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계속 반복돼 왔다며, 독일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낸 일부터 최근에 결정된 신형 주력전차 제공에 이르기까지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다고 지적했다.
안드리 멜니크 우크라이나 외교부 부장관은 폴리티코에 "전쟁이 끝난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며 "푸틴의 (전쟁 수행) 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높은 것으로 보인다. 공군 지원이 없이는 현대전을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패트리엇 방공시스템과 에이브럼스 전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이었다며, 전투기 제공에 대해서도 방침이 바뀔 때에 대비한 작업을 행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른바 '4세대 전투기'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여기에는 1980년대부터 실전에 배치된 F-16이 포함된다. 이를 우크라이나 측이 받아서 사용하려면 우크라이나 비행사들이 3∼6개월의 훈련을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신식인 F-35는 애초부터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미국이 자국 보유 전투기를 직접 보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F-16을 보유한 다른 나라가 이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도록 할 수는 있다. 네덜란드가 바로 이런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F-16 수출 제한 조건이 달려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프랑스는 공군 현대화를 진행하고 있어 구형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는 기종에 따라 미국 정부 승인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이달 14일 브뤼셀에서 열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국방장관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방공시스템, 전차, 탄약 등 무기를 보내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제트기 지원 방안도 거론되기는 하겠지만 "장기과제로 검토"하기 위한 논의일 공산이 크다고 폴리티코는 내다봤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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