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국방부, 지역은 미공개…'대만 부근 루손섬·남중국해 팔라완' 거론
오스틴 "필리핀 군 역량 현대화 지원"…마르코스 "미국, 아태지역에 관여해야"
(하노이·베이징=연합뉴스) 김범수 조준형 특파원 =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인 필리핀의 군기지 4곳에 대한 사용권을 추가로 확보했다.
미국과 필리핀 국방부는 2일(현지시간)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에 따라 이같이 합의했다고 AFP와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카를리토 갈베즈 필리핀 국방장관은 이날 마닐라에서 공동 성명을 내고 "EDCA에 따라 전략 지역의 군 기지 4곳을 추가로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양국은 무력을 동원한 공격에 맞설 역량 강화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불법적인 영유권 주장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들은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국 장관은 그러나 이날 미군이 추가로 사용이 가능하게 된 군 기지가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양국이 협상을 통해 필리핀 본섬인 루손섬 북부에 위치한 군기지 2곳과 다른 기지들에 대한 사용 합의를 마쳤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이중 대만과 근접한 루손섬은 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군 기지를 구축한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베트남명 쯔엉사·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에 인접한 팔라완의 군 기지도 사용 대상에 포함됐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필리핀을 방문 중인 오스틴 장관은 공동 성명 발표에 앞서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을 예방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필리핀 군의 역량을 증대하고 현대화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에 마르코스는 "필리핀의 미래를 위해서는 미국이 항상 아태지역에 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필리핀 군기지 밖에서는 미군 주둔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반미 구호와 'EDCA 철폐' 등을 외치면서 시위를 벌였다.
미국과 필리핀은 지난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뒤 70년 넘게 동맹을 유지하고 있다.
이어 2014년에는 인도주의적 목적이나 해상안보를 위해 미군 항공기 및 군함을 필리핀 내 기지 5곳에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EDCA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필리핀 내 4곳의 공군기지와 1곳의 육군기지에 병력을 순환 배치해왔다.
현재까지 미국은 이들 5곳의 군 기지의 인프라 확대에 8천200만 달러(약 1천억 원)를 투입했다.
최근 중국은 대만을 비롯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필리핀 외에도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 등 주변 국가들이 각각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이다.
지난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는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그어 90%가 자국 영해라고 고집하는 중국의 주장을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같은 입장을 고수하면서 필리핀 등 주변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함정을 배치하는 등 수시로 무력 시위를 벌여왔다.
이에 미국은 중국 견제 차원에서 자국 군대가 필리핀 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지 수를 늘리기 위해 필리핀과 EDCA 적용 확대를 논의해왔다.
또 지난해 11월 21일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필리핀을 방문해 마르코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군이나 선박 또는 비행기가 공격을 받으면 미국은 상호방위 조약에 따라 개입할 것"이라면서 동맹 관계를 재차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친중국' 성향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EDCA 적용을 가로막는 등 동맹인 미국과의 갈등을 부추겼다.
반면 후임인 마르코스는 지난해 6월 30일 취임 직후 실리 추구를 위한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표방하면서도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추진해왔다.
미군의 필리핀 군사기지 사용 합의에 대해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국가 간 방위·안보 협력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어야 하며, 제3자를 겨냥하거나 제3자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생각해왔다"고 밝혔다.
마오 대변인은 "미국이 사익에 입각해 제로섬 사고를 갖고 이 지역에 군사 배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지역 정세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이라며 "지역 국가들은 이를 경계하고 미국에 말려들어 이용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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