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제도개선 TF서 CEO 선임 이슈 다룰 듯
尹대통령 '주인없는 기업' 투명한 거버넌스 강조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를 언급하면서 금융당국도 금융회사 임원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개선 검토 작업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회사 외에 소유권이 분산된 일반 기업의 임원 선임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연기금과 관련 부처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 금융당국, 尹대통령 주문에 금융사 거버넌스 개선 정조준
2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출범한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의 논의 과제를 확대해 금융회사 임원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행 제도개선 TF가 내부통제 운영업무는 물론 기업지배구조 이슈에도 정통한 법조계 및 학계 전문가로 구성된 만큼 제도개선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사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 이슈에 대해 "우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당국이 더 잘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를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투명성 이슈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강조하며 주문한 내용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적어도 소유가 분산돼서 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적어도 그 절차와 방식에 있어서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된다는 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 우리금융 회장 후보 인선서 불투명성 이슈 부각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투명성 이슈가 부각된 것은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 후보 인선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거나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 것과 무관치 않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 인선 과정을 겨냥, "적어도 주주가 객관적 기준을 물었을 때 사후적으로 검증 가능한 정도의 기준이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인데, 지금 절차가 그에 비해 적절한지, 이 시간 내에 그게 가능한지 등은 판단하기 어려워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7일 우리금융 회장 인선 과정에 관한 평가를 요청하는 기자 질의에 "주인(지배주주)이 없는 주요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답했다.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하고 3일 2차 면접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3일 최종 후보자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정부는 금융사 CEO 선출 과정에서 현직 CEO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개입되는 일을 막고자 임원 선임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개정안의 주요 사항을 이미 대다수 민간 금융지주사들이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투명한 인선 과정 논란이 지속되는 점을 고려하면 금융회사의 자정 노력은 물론 정부의 추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인식이다.
◇ KT·포스코 등에도 불똥…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윤 대통령의 주문으로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도 강해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과거부터 KT·포스코 등 소유분산 기업의 임원 선임 과정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준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요 기관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려는 자율 지침을 말한다.
KT[030200] 이사회가 구현모 사장의 연임을 결정하자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하다"며 수탁자 책임활동 이행을 위해 반대표 행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이 소유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배구조 확보한 기업과 다른 측면에서 강화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4대 금융지주를 포함, 소유권 분산 대형 상장기업의 주요 주주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이미 마련돼 있는 상황"이라며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이 세부 운영지침을 수립해 이를 실제로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은 정부에서 개입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금융사 외 소유권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투명화 이슈는 범정부 차원에서 관계부처가 함께 고민할 과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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