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대법원 "조부모와 원치않는 만남, 아동에게 강요 못해"

입력 2023-02-02 15:32  

이탈리아 대법원 "조부모와 원치않는 만남, 아동에게 강요 못해"
"조부모보다 아동 이익이 우선…반갑지 않은 관계 강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가족 관계가 유달리 끈끈한 이탈리아이지만, 아동이 싫어할 경우 조부모와의 만남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현지시간)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대법원은 아동이 원하지 않으면 조부모와 강제로 만나게 하면 안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자신의 두 자녀가 친가쪽 조부모를 만나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판단한 하급심에 반발해 밀라노의 한 부부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 법원은 아들 부부의 방해로 손자와 조카를 볼 수 없다며 해당 아동들의 친조부모와 삼촌이 제기한 소송에서 사회복지사의 입회 아래 만남을 가질 것을 2019년 명령했다.
아동들에게 조부모를 비롯한 친척들과 만날 기회를 박탈하면 아동의 심리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아동들의 부모는 자신의 자녀들이 가족 간 갈등 때문에 조부모, 삼촌과의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하급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다시 판단을 구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두 아동이 세대 간에 이어지는 유대 관계에서 혜택을 얻을 것이란 점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아동의 부모가 조부모와의 유대 관계에 반대하고 있으며 특히 가족 간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만남을 강요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아동의 이익이 조부모의 이익에 우선해야 하며, 환영받지 못하고, 반갑지 않은 관계가 강제 되어선 안된다"며 "특히 아동들의 나이가 12세에 도달해 분별력이 생긴 시점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설명했다.
2006년 도입된 이탈리아 가족법 상으로는 아동은 부모가 서로 헤어졌더라도 친조부모나 외조부모와 의미 있는 관계를 유지할 권리를 지닌다.
조부모 역시 자신들의 자녀 부부가 손주들과의 만남을 차단할 경우 이런 행위가 아동의 안녕을 해치지 않는지에 대해 법원에 판단을 구할 수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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