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역할 대신, 대응시간 줄여" 주장에 "무책임하고 비윤리적" 반박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콜롬비아의 한 판사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판결문 작성에 활용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고 AF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콜롬비아의 후안 마누엘 파디야 판사는 한 부모가 저소득 등을 이유로 자폐 자녀의 의료비 면제를 청구한 사건의 판결문을 작성하는 과정에 챗GPT를 활용했다고 현지 라디오방송에서 밝혔다.
1월 30일에 내려진 문제의 판결은 자폐아 부모 측의 손을 들어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파디야 판사는 챗GPT와 '상담'을 했다고 실토했다.
챗GPT 애플리케이션에 "자폐 미성년자는 치료비를 면제받는가"라고 질문하자 "그렇다. 콜롬비아의 관련 규정에 따르면 자폐 미성년자는 치료를 면제받는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것이다.
파디야 판사는 챗GPT 등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대해 "초고 작성을 편하게 해줄 수는 있지만 판사를 대체하긴 어렵다"며 "애플리케이션에 질문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판사가 아니게 된다거나,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챗GPT가 잘 정리되고 단순하고 구조적인 방식으로 원래는 비서가 하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는 사법부의 '대응 시간'을 개선해줄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아마 동료 상당수가 같은 방식으로 일하게 될 것 같다"며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윤리적 판결 논리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인공지능 규제·관리 분야의 전문가인 후안 다비드 구티에레스 콜롬비아 로사리오대학 교수가 트위터에서 파디야 판사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먼저 챗GPT에 같은 질문을 했지만, 다른 답변이 나왔다면서 파디야 판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판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챗GPT에 문의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윤리적이지도 않다"며 "판사들의 디지털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챗GPT는 미국의 비영리 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 챗봇이다. 대화하는 사람의 의도를 이해하고 AI의 실수도 인정하는 등 사람에 가까운 상호작용과 정확한 답변 내용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챗GPT는 미국 의사면허시험에서도 50% 이상의 정확도를 보여 면허시험 통과 이상의 수준을 자랑했다. 로스쿨 졸업시험에서도 평균 C+이상의 학점을 받았고, 명문 경영대학원인 펜실베이니아대 훠턴스쿨에서도 경영학 석사(MBA) 핵심 코스 기말시험에서 B 또는 B- 수준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챗GPT가 뛰어난 에세이 작성 능력을 보이고 일부 시험까지 통과하는 사례가 등장하자 부정행위에 악용될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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