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급한 中, 미중관계 안정화 원해…美, 견제 고삐 안 풀어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새해 들어 두드러진 중국의 대미 유화 기조가 미국의 냉정한 반응 속에 표류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연이어 미국을 향해 '올리브 가지'를 흔들고 있지만, 미국은 군사·외교·경제 등 영역에서 대중국 견제와 압박의 고삐를 늦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3기가 본격 출범하는 중국은 경제와 민생 개선에 국정의 방점을 찍으며, 그 목표에 도움이 되도록 대외 환경을 안정화하려 애쓰고 있다.
그 일환으로 중국은 지난해 11월 발리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첫 대면 정상회담 이후 대외관계의 핵심인 미국과의 관계를 원만히 관리하게 위해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미중 경제팀 수장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지난달 18일(이하 현지시간) 취리히에서 대면했고,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문제 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사가 같은 달 11일 화상대화를 했다.
특히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취임 후 첫 중국 방문도 이르면 5∼6일 이뤄질 것으로 미국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아울러 작년 12월까지 주미대사로 재직했던 친강 신임 외교부장은 춘제(春節·설) 연휴 미국 프로농구(NBA) 경기장 스크린에 영상 메시지를 띄우는 등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 대명사'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당국은 '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 '앤트맨과 와스프:퀀텀매니아'의 이달 중국 본토 개봉을 허용하는 등 약 3년 반 만에 마블의 슈퍼 히어로 영화에 문을 열었다. 다른 할리우드 대작 '아바타:물의 길'(아바타2)은 지난해 12월 북미와 동시에 중국 본토에서 개봉했다.
하지만 미국은 대중국 포위와 압박의 강도를 낮추지 않는 모습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이번 주 아시아 방문 계기에 미국은 동맹인 필리핀 군기지 4곳에 대한 사용권을 확보하며 대중국 견제의 교두보를 만들었고, 지난달 13일 미국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질서를 위배하는 중국의 행동"을 인도·태평양 지역이 직면한 도전으로 적시했다.
또한 미국은 최근 워싱턴에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일본, 네덜란드와 협상을 진행, 자국이 지난해 10월 발효한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동참한다는 동의를 받아낸 것으로 외신들이 보도했다.
거기에 더해 미국 행정부는 인텔과 퀄컴 등 미국 기업들의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모뎀 등 부품 공급을 전면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매체들에 보도됐다.
그리고 미 세관 당국은 최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생산된 알루미늄 제품을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에 따라 압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와 더불어, 야당인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미국 의회발로는 대만을 독립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법안과 대만의 국제통화기금(IMF) 가입을 지지하는 법안 등 친(親) 대만 법안들이 줄줄이 발의되고 있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봄에 대만을 방문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중국으로선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동안 더 복잡해진 서방과의 관계를 올해는 개선하길 바라지만 그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호응을 기대만큼 얻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일과 3일 잇달아 사설을 통해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시도와 중국에 맞선 동맹 강화 행보를 비판하고, 미중 협력의 길로 나올 것을 미 측에 촉구했다.
베이징의 외교가는 임박한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이 향후 미중관계의 틀을 짜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링컨의 방중에도 미중 전략경쟁의 큰 판과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포함한 국제 안보 현안과 기후 문제 등 1, 2위 강대국 간 협력이 필요한 사안에서의 제한적 협력은 가능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블링컨 방중은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우발적 미중 군사충돌을 막기 위한 메커니즘 구축 방안에서 진전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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