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수감생활 끝내…변호인 "너무 오래 걸렸지만 인권의 승리"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고 증언한 전직 알카에다 요원이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형기를 마치고 풀려났다.
AP·AFP통신 등은 2일(현지시간) 미군이 과거 알카에다 자금 전달책이었던 마지드 칸(42)을 석방하고 중미 국가 벨리즈로 보냈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 국적으로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칸은 20대 초반이던 2001년 9·11 테러 당시 알카에다 조직원이었다.
2003년 인도네시아 호텔 폭탄 테러 자금 5만달러를 전달하는 등 알카에다의 테러공격 모의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칸은 2003년 미국 당국에 체포된 뒤 3년간 '블랙 사이트'로 불리는 CIA의 비밀 시설에 구금돼 심문받았고, 2006년 관타나모 수용소로 옮겨져 16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그는 미군 군사법정에서 재판받는 과정에서 CIA 심문 당시 물고문을 비롯해 구타, 성폭행, 굶기기, 수면박탈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내용은 2014년 발표된 미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에 자세히 기술돼 있다고 AP는 전했다. 이 보고서는 CIA가 알카에다 출신 수감자들에게 법적 테두리를 넘어서는 학대를 가했다고 고발했다.
칸은 2021년 종결된 재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지만, 미 당국의 조사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사전형량조정제도(플리바게닝)를 적용받아 감형됐다.
칸은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과거에 저지른 일을 깊이 후회한다"며 "신께, 또한 내가 상처를 준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칸의 변호인단 중 한 명인 카티아 제스틴 변호사는 칸의 석방을 두고 "인권과 법치의 역사적인 승리다. 다만 여기까지 오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자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이 테러 용의자 등을 수용하기 위해 이듬해 쿠바 군사기지에 연 시설이다.
2003년에는 수감자가 600명에 달하기도 했으나 명백한 증거가 없는 용의자를 기소도 하지 않은 채 수감하는 등 인권침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미 국방부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아직 34명이 수감돼 있으며 이 가운데 20명은 제3국에서 받아준다는 의사가 확인되면 이송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정보국(DNI)이 관타나모 수용자들의 석방 후 재범률을 조사한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09∼2015년 석방된 115명 중 6명이 극단주의 폭력조직으로 복귀했거나 극단주의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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