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하드웨어 디자인 총괄 선임하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팟 등 하드웨어 디자인을 총괄해온 에번스 행키 부사장이 조만간 회사를 떠날 예정이지만 후임을 선임하지 않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아이폰 등 기기의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애플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애플은 행키 부사장이 몇 달 내 애플을 떠나면 후임을 정하지 않고 대신 20여 명의 핵심 디자이너들이 함께 일하면서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보고하는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조너선 아이브 전 최고디자인책임자(CDO)가 2019년 회사를 떠난 후 행키 부사장이 이 부서를 이끌어 왔다.
지난 수십 년간 애플의 디자인 수장은 회사 내에서 최고의 주목을 받는 인사 가운데 한 명이었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1997년 회사에 복귀하면서 아이브가 디자인을 총괄하기 전에도 로버트 브러너와 같은 임원들이 제품 디자인으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특히 아이브는 잡스와 일하면서 단순·간결하고 세련된 외관과 사용자환경(UI) 등으로 대표되는 애플의 심미적인 디자인을 '종교 수준의 숭배 대상'의 반열로 끌어올린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는 잡스 밑에서 사실상 2인자로 일하면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줄줄이 내놓으며 애플의 부활을 이끌었다.
그러나 애플 디자인팀은 2015년 아이브가 회사 상근직에서 물러나면서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산업디자인 부문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용자환경(UI) 부문으로 쪼개졌으며, 현재 산업디자인은 행키 부사장, UI는 앨런 다이 부사장이 각각 맡고 있다.
행키 부사장이 지난해 10월 산업디자인 부문을 총괄한 지 3년 만에 퇴사를 발표해 업계가 놀라긴 했으나, 2015년 이후 행키 부사장을 포함해 15명 정도의 톱 디자이너들이 회사를 떠나는 바람에 그의 후임을 정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내에 여러 베테랑 디자이너들이 있는데도 윌리엄스 COO가 디자인팀 내부의 불만에도 불구, 행키 부사장의 후임을 정하지 않고 팀 전체가 자신에게 보고하도록 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애플의 경영진이 디자인 부문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윌리엄스 COO가 최고경영자(CEO) 팀 쿡의 후계자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스 COO는 디자인팀 이외에도 글로벌 경영과 공급망, 애플 케어 고객지원, 애플워치 등을 총괄하고 있다.
아직 공식발표된 것이 아닌 만큼 여전히 후임이 정해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애플은 전통적으로 회사 요직을 외부 인사로 충원하지 않았으며, UI 책임자인 다이 부사장에게 산업디자인 부문을 겸직시킬 경우 반발이 우려돼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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