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일째 단식' 伊 무정부주의자 "의식 잃어도 음식 주입 말라"

입력 2023-02-04 00:33  

'107일째 단식' 伊 무정부주의자 "의식 잃어도 음식 주입 말라"
단식투쟁 관련 첫 입장 밝혀 "41조 2항, 기본적인 자유 박탈"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107일째 감옥에서 단식 투쟁 중인 이탈리아의 무정부주의자 알프레도 코스피토(55)는 3일(현지시간) "설령 의식을 잃더라도 음식물 강제 주입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코스피토가 이날 교정 당국을 통해 성명을 내고 단식 투쟁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성명에서 "나는 마피아와 무관하다"며 "나는 모두를 위해 교도소 행정명령 41조 2항이 폐지되길 원한다. 왜냐하면 이 규정은 기본적인 자유를 앗아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난 늙고 병든 마피아 수감자들을 봤다. 그들은 더는 위험한 존재가 아닌데도 가혹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피토는 지난해 5월부터 교도소 행정명령 41조 2항의 적용을 받아 독방에 수감됐다.
41조 2항은 1992년 이탈리아의 반마피아 전쟁의 상징이었던 조반니 팔코네 검사와 그의 친구 파올로 보르셀리노 판사가 시칠리아 마피아 조직의 폭탄 테러로 잇따라 암살된 뒤 도입됐다.
마피아 보스가 감옥에서 범죄를 모의하거나 지시하지 못하도록 외부 세계와 철저하게 차단하고 고립시키는 규정이다.
마피아 보스를 주 대상으로 했으나 테러리스트, 밀수범, 유괴 등 중범죄자로 점차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41조 2항을 적용받는 수감자는 가족과 면회가 한 달에 한 번으로 제한되고, 교도소 내 다른 수감자와의 교류나 변호인을 제외한 외부인 접견이 일절 금지된다.
독방에서는 하루에 1시간만 나올 수 있지만, 교도소 내 공동구역에는 접근할 수 없고, 24시간 감시를 받는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이 "중세식 징벌"이라고 부르는 41조 2항은 반인권적 성격 때문에 그동안 국제앰네스티, 유럽인권재판소로부터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았다.
미국 법원은 2007년 유죄 판결을 받은 마피아 마약 밀매범이 이탈리아로 보내질 경우 41조 2항에 처할 것을 우려해 범죄인 인도를 거부하기도 했다.
코스피토는 자신에게 41조 2항이 부과된 것에 반발해 지난해 10월 20일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올해 1월 초까지는 보충제를 먹었지만, 이후로는 이마저도 끊고 현재 물, 설탕으로 연명하고 있다. 이로 인해 체중이 45㎏ 넘게 빠지고, 기력이 없어 최근에는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다.
코스피토는 이날 성명에서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감수하고서라도 41조 2항이 폐지될 때까지 단식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설령 의식을 잃는 일이 생기더라도 음식물 강제 주입을 원치 않는다면서 교도소 측의 정신과 상담 제의도 거부했다.
코스피토는 2012년 원자력기업 대표의 무릎에 총을 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수감 중에 2006년 경찰학교 폭탄 설치 사건으로 추가 기소돼 20년의 형량이 더해졌다.
교도소 의사들은 살인적인 단식 투쟁으로 인해 코스피토에게 심장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코스피토 지지 세력들은 최근 이탈리아 국내외 공공기관을 잇달아 공격하는 등 폭력을 무기로 코스피토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국가는 테러리스트들과 거래하지 않는다"며 41조 2항을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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