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액 상당은 현대차·美포드 물량…배터리-완성차업계 합종연횡 가속화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 우려에도 SK온의 누적 수주액이 29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누적 수주액 290조원을 돌파했다. 약 7조원대로 예상되는 SK온의 지난해 연 매출액의 40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튀르키예 설비 투자 등 현재 논의 중인 업무협약(MOU) 단계의 투자 계획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완성차 업체와 증량 합의를 마친 물량까지 반영하면 실제 수주액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SK온은 완성차 업체와 계약까지 마친 수주 물량과 실제 증량 요청에 합의한 물량을 구분해 관리하는 자체 프로그램을 구축, 프로젝트별 수주 상황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수주액 가운데 상당 부분은 현대차[005380]와 미국 포드사에 납품하기로 한 물량으로 알려졌다.
SK온과 포드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통해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배터리 생산기지 3개를 구축하고 있다. 연간 총 129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이는 차량 1대당 105킬로와트시(kWh) 배터리가 들어가는 포드의 F-150 라이트닝 전기차 픽업트럭을 약 120만대씩 생산하는 규모다.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량인 아이오닉5와 기아[000270] EV6에도 SK온 배터리가 장착됐다. SK온은 아이오닉7 등 향후 출시할 모델에도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그룹과 다임러그룹, 중국 북경자동차그룹(BAIC) 등과도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의 특성상 선(先)수주, 후(後)설비투자 형태로 사업이 진행된다.
SK온은 한국과 미국, 헝가리 등 국내외에서 배터리 생산공장 8개를 가동하면서 연간 88.7GWh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현재 건설 중인 5개 공장이 완공되는 2025년 이후 생산 규모는 220GWh를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수주액 385조원을 돌파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도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540GWh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27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유럽 내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미국 현지 생산 배터리를 요구하는 고객사가 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상쇄가 가능하다"며 올해 연간 매출을 작년 대비 25∼30%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배터리 업계가 그동안 넘쳐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투자를 확대해 온 만큼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재무, 생산, 운영 등 기업 경영 환경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터리-완성차 업체 간 합종연횡은 심화하는 추세다.
세계 4위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는 작년 삼성SDI[006400]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미국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도 손잡고 합작사 넥스트스타 에너지를 출범시켰다.
작년 3월 소니와 제휴해 2025년 첫 전기차 모델을 판매하기로 한 혼다는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L-H 배터리 컴퍼니'(가칭)를 공식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SK온과 합작사 블루오벌SK를 출범시킨 포드가 튀르키예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을 모색하고, GM이 네 번째 배터리 합작공장에 LG에너지솔루션이 아닌 다른 파트너를 물색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들도 기술과 경쟁력이 입증된 배터리 업체에 주문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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