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대외채무보증한도 확대 입법예고…무보 노조 등 반발
업무 중복되는 무보 중장기수출보험료 수익 5년새 3분의 1로 줄어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에 빠져 무역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수출정책금융기관끼리 업무 범위를 놓고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9일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연간 대외채무보증 총금액 한도를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의 연간 보험 인수 금액의 35%에서 50%로 확대하는 내용의 수은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대외채무보증은 해외 법인이 국내 물품을 수입하면서 구매 대금을 국내외 금융사로부터 대출받을 경우 그 채무를 보증해 수출·수주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다.
또 개정안은 현지 통화 금융이 필요한 거래에 대해 수은의 대출 연계 없이 대외채무보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신설했다.
현행 법령상 수은의 대외채무보증은 대출과 보증을 합해 대출 비중이 50%를 초과하는 거래에서만 보증이 가능하지만, 이를 배제하는 거래를 신설하며 수은의 보증 여력을 확대한 것이다.
기재부와 수은은 연평균 10억달러 이상 지원 규모가 증가하고, 특히 자금 수요가 급증하는 방산·원전 분야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무보 노조는 "해외 수주나 전체 수출의 증대 효과가 아닌 특정 기관의 실적 전망을 중심으로 설명된 내용이 이례적"이라며 "수출이 엄중한 상황에서 국부 유출과 불필요한 정책 금융 기능 중복을 야기하는 개악"이라고 반발했다.
한국의 수출 금융은 기재부 소관의 수은(대출·보증)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무보(보험·보증)가 담당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수은의 대외채무보증과 무보의 중장기수출보험은 그간 업무 중복으로 두 기관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006년 당시 수은은 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대외채무보증 업무를 임의로 확대 취급하면서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2008년 대외채무보증을 취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2013년 취급 제한 요건을 완화한 데 이어 또다시 수출 금융지원 경쟁력 제고를 명목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작년 6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금융공공기관의 정책금융 운영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수은의 대외채무보증료 수익은 2011년 174억원에서 2021년 1천173억원으로 10년새 약 7배로 증가했다.
전체 보증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8.1%에서 51.0%로 대폭 높아졌다.
반면 무보의 중장기수출보험료 수익은 2016년 6천471억원까지 늘었다가 2021년 2천354억원으로 감소하며 3분의 1로 줄었다.
무보의 전체 보험료 수익에서 중장기수출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81.6%에서 55.5%로 확 낮아졌다.
보고서는 "정부는 업무 중복 등과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이 지속되지 않도록 부처·기관 간 충분한 협의와 정부 주도의 협의체 마련·활성화를 통해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수은법 개정으로 중소기업의 무역금융 지원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고서는 무보의 이익 대부분이 중장기수출보험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중소·중견기업의 수출만 보증할 수 있는 수출신용보증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2012∼2021년 무보의 중장기수출보험은 2조7천359억원의 이익이 발생했지만, 수출신용보증에서는 9천29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두 기관이 지원하는 중소·중견기업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수은이 6천105곳, 무보가 3만663곳으로 무보가 수은의 5배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넉 달 연속 감소하고 무역수지는 11개월째 적자 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새해 긴급 수출지원 대책으로 추진하는 무역금융 공급액 총 360조원 중 최대 260조원(전체의 약 72%)을 무보가 지원하기로 한 상황이다.
무보 노조는 "수은의 보증 확대에 따른 무보의 보증료 수익 감소는 결국 중소·중견기업 수출 지원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신흥국·저개발국 등 고위험 국가에 대한 무보의 과감한 지원도 보험금 지급 재원 감소로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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