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처럼 핵위협 카드 적극 쓰자, 러 국민도 동의"
러 매체, 전쟁 뒤 푸틴 선전수단 전락해 노골적 엄포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푸틴 나팔수'로 불리는 러시아 국영 TV 진행자가 3일(현지시간) 북한이 미국에 핵 위협을 가한 것에 찬사를 보냈다고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 프로그램 '솔로비요프 라이브' 진행자 세르게이 마르단은 이날 방송에서 "북한은 국제적 사안에 있어 독립적이다"라면서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핵 위협을 가한 것에 찬사를 표했다.
마르단은 "북한에 독립성이란 전 세계를 먼지로 만드는 것을 비롯해 뭐든지 할 각오로 지키는 절대적 가치를 뜻한다"라면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었을 때 김정은이 '항공모함을 북한 해안 쪽으로 이동시키면 우리는 핵폭탄을 날릴 것'이라고 말한 게 그 예시"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김정은의 말이 거짓이 아니며 정말로 핵폭탄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라면서 "(북한을 상대로) 장난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가동을 지속하며 미국을 겨냥한 핵 위협을 꾸준히 되풀이했다.
해당 방송이 방영되기 하루 전인 2일에도 북한은 한미 국방장관회담과 관련해 "미국의 그 어떤 군사적 기도에도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 원칙에 따라 초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러시아도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서방 국가를 상대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꾸준히 위협해왔다.
마르단은 이날 대부분의 러시아 국민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적 사안에서 서방국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정부가 북한처럼 핵 위협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이 같은 접근법에 동의하며 어떠한 타협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영TV는 친정부 성향이 강하며 전쟁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전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국영TV에서 핵무기를 옹호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또 다른 국영 TV 진행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핵무기의 시범적 사용은 전황을 러시아에 유리하게 바꿔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자국산 경전차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나온 발언이었다.
솔로비요프는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면 서방은 잿더미가 될 것"이라고도 겁박했다.
러시아 국영TV의 이 같은 행태는 발언이 더 노골적일 뿐 안보를 담당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나 당국자들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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