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낚시·헬스…'유미' 유튜브 영상 조회수 4만회 넘겨
"북 고위층 개입 선전 캠페인 추정…제작자 계층 높을 듯"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북한 유튜버 '유미(YuMi)'의 영상이 조회 수 4만여 회를 기록하며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미 CNN방송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올리비아 나타샤-유미 스페이스 DPRK 데일리'라는 유튜브 채널에 6개월 전 올라온 한 평양 거주 여성 유미의 '어색한' 움직임을 집중 조명했다.
영상에서 유미는 마치 브이로그(VLOG·개인의 일상을 담은 동영상)를 찍듯 '음료 상점'이라는 간판이 달린 가게에 들어가 냉동고를 살펴본다.
그러더니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집어 들고 "(포장지) 그림이 너무 귀엽다", "이건 복숭아 맛이다" 등 대사를 이어가며 한참을 둘러본다.
마침내 한 아이스크림콘을 골라 맛본 유미는 "안에 과일 젤리가 있다"며 "과자가 아주 맛있다"고 말한다.
채널에는 이 외에도 유미가 놀이공원을 놀러 가거나 낚시를 하고, 장비가 풀 세팅된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등 10여개 영상이 올라와 있다.
유미뿐만 아니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 '샐리 파크스'에는 평양에 거주하는 11살 소녀 송아가 등장해 '북한 키즈 유튜버'로 주목받기도 했다.
송아는 영상에서 '해리포터'를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밝히기도 하고, 북한의 문수물놀이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이 채널은 2만 구독자를 돌파했다.
이들 채널은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알린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 고위층 주도로 고안된 체제 선전 캠페인으로 추정한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먼저 북한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책이나 영화 등 해외 콘텐츠 접근도 금지돼 있어 유튜브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특히 영상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 등 장소는 특정 계층만 사용할 수 있고, 실제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북한인권정보센터 박성철 연구위원은 CNN에 "(이 영상은) 북한 정권에 의해 잘 준비된 연극 같다"며 "(북한 주민들의) 평범한 삶을 반영하는 영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전력 여건상 북한 놀이공원은 주말 또는 특별한 날에만 개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출연자의 영어 실력 또한 그들이 북한 고위직과 관련됐을 것이란 점을 추정케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친숙함'을 새로운 전략으로 삼아 유튜브와 중국 위챗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위원은 "북한은 평양이 '평범한 도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한다"며 "(북한 지도부는) 외부 세계가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 북한연구소 하승희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북한에서 새로운 선전방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창의적 선전'을 지시한 이후 유튜브 브이로그 영상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유튜브는 '우리민족끼리'나 '진실의 메아리(Echo of Truth)' 등 북한의 선전용 채널을 서비스 약관 위반을 이유로 여러 차례 차단해왔는데, 유미나 송아의 채널이 브이로그 형식을 띤 것은 이러한 차단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 교수는 "모두가 (이 영상은) 선전용으로 제작됐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단순히 차단할 게 아니라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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