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직후 러 방문한 베네트 "우크라, 나토 가입 포기에 동의"
우크라 측 "모두 지어낸 얘기, 푸틴은 프로 거짓말쟁이" 일축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개전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살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프탈리 베네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작년 3월 평화협상 중재를 위해 모스크바를 비밀리에 방문했던 때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보장을 받았다고 말했다.
베네트 전 총리는 러시아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푸틴 대통령을 대면한 첫 서방 진영 지도자였다.
당시 그는 푸틴에게 "젤렌스키를 죽일 계획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푸틴은 "나는 젤렌스키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가 다시 "당신이 젤렌스키를 죽이지 않겠다고 내게 약속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다짐을 받으려 하자, 푸틴은 "나는 젤렌스키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고 거듭 확약했다고 베네트 전 총리는 말했다.
그는 귀국하려 모스크바 공항으로 가는 길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푸틴 대통령의 약속을 전했다고 한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확신하는가"라고 되물었고, 이에 "그는 100% 당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재차 설명했다고 베네트 전 총리는 주장했다.
베네트 전 총리는 또 자신의 중재 노력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구상을 포기하는 데 동의했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무장해제를 추진하겠다는 당초 선언을 철회했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한 모든 일은 미국, 독일, 프랑스와 조율됐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런 협상 내용은 결국 서방 국가들에 의해 차단됐고, 이후 평화협상은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에서 일어난 러시아군의 민간인 대량 학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미를 잃었다고 부연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날 베네트 전 총리의 발언을 '소설'이라고 일축하면서,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도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예전에도 푸틴은 크림을 점령하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침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는 프로 거짓말쟁이"라고 꼬집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트위터에서 "푸틴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살해하지 않겠다고 보장했고, 서방이 유망한 협상을 중단시켰다는 (베네트의) 발언은 모두 지어낸 이야기"이라고 지적했다.
우익 성향의 베네트는 지난 2021년 6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이스라엘의 총리를 지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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