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사민당 22년만에 시장 자리 기민당에 넘겨주나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오는 12일 사상 초유로 오류투성이였던 지방선거가 다시 치러지는 가운데, 동서독 통일 이후 첫 여성 시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리너차이퉁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포르자가 지난 1월 30일∼2월3일 베를린 유권자 1천5명을 상대로 진행한 베를린시 지방선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야당인 기독민주당(CDU·기민당)의 지지율은 26.0%로 집권 사회민주당(SPD)의 17.0%를 크게 앞섰다.
앞서 지난 2021년 9월 26일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득표율과 비교하면 기민당은 지지율이 8%포인트(P) 상승한 반면, 사민당은 4.4%P 하락했다.
만약, 이번 설문조사 결과대로 선거 결과가 나온다면 동서독 통일 이후 첫 여성 시장으로 취임한 프란치스카 기파이(사민당) 시장은 1년 반 만에 물러나야 할 가능성이 크다.
기파이 시장은 사민당, 좌파당, 녹색당과 연립정부를 꾸려 이끌고 있다.
만약 사민당이 최다득표를 하지 못해 기민당에 시장 자리를 내준다면 이는 22년 만의 정권교체가 될 전망이다. 사민당은 2001년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전 시장 집권 이후 미하엘 뮐러 전 시장에 이어 기파이 시장이 취임하면서 22년간 베를린 시정을 이끌어왔다.
사민당의 지지율이 떨어진 배경으로는 총체적인 시정 난맥상이 꼽혔다. 망가진 학교, 제대로 궤도에 오르지 못한 교통체계 전환, 계속되는 지하철 공사, 오류투성이 지방선거 관리로 사상 초유의 재선거 등 모든 게 사민당 시장 탓이라는 게 독일 언론의 분석이다.
이에 더해 지난해 새해맞이 불꽃놀이 당시 베를린에서 공권력에 대한 공격이 대거 이뤄져 경찰과 소방관 60명 가까이가 다친 데 따른 충격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민당은 함께 연립정부를 이룬 녹색당(18.0%)보다도 지지율이 하락했다. 좌파당의 지지율도 12.0%로 1년 6개월 전보다 2.1%P 떨어졌다.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지지율은 10%, 친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은 5%를 각각 기록 중이다.
앞서 지난해 9월 26일 독일 총선과 함께 치러진 베를린 지방선거는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거나 뒤바뀌는 등의 오류로 무효표가 속출한 바 있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모자라거나 잘못 조달돼 투표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오후 6시까지 투표를 하지 못한 이들이 많아지자 그 시간까지 줄을 선 사람은 투표 마감 시간 이후에도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독일에서 지방선거에 대한 재선거가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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