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조종된' 네티즌들 풍선 반격…온라인 美비판 봇물

입력 2023-02-07 13:46   수정 2023-02-07 19:19

중국의 '조종된' 네티즌들 풍선 반격…온라인 美비판 봇물
경제회복 시급한 中, 美와 관계개선 위해 수위조절할 듯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미국의 '중국 정찰 풍선' 논란을 두고 중국 여론이 당국의 기류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 전했다.
중국 당국과 관변학자들이 내놓는 판단과 반응에 따라 여론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작동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을 되짚어보면 실제 지난 3일부터 미국 상공에 나타난 중국 정찰 풍선 논란으로 미국 등의 여론이 들끓었지만, 중국 내에서 네티즌 반응은 많지 않았다.
중국 네티즌들은 '기상관측에 주로 쓰이는 민수용 비행선'이 통제력 상실로 미국에 진입했다는 중국 당국의 해명을 그대로 믿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미국은 해당 풍선이 군기지 정찰 비행선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대응의 강도를 높였다. 미국은 5일로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계획도 취소했다.
이에 중국 관영 매체인 차이나데일리는 사설을 통해 미국이 사안을 과대평가해 대응했다면서, 블링컨 장관의 방중 취소는 미중 관계를 정상으로 돌리려는 양국 정상의 작년 말 합의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미국을 겨눴다.
이어 5일 미국이 미사일로 정찰 풍선을 격추하자, 같은 날 중국 외교부가 이를 비난하는 성명을 냈고 이를 계기로 중국 여론은 대미 비난으로 돌변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민간 무인 비행선을 공격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한다"는 내용의 성명은, 중국 내에서 불과 2시간 만에 6천8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중국 소셜미디어(SNS)에는 이전에 두드러지지 않았던 대미 공격성 글이 쏟아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 웨이보에는 "미 군용기나 선박이 중국 영공과 영해에 들어오면 그걸 공격한다고 해서 비난하지 말아달라"는 글도 올랐다.
"중국 비행선이 미국에서 격추된 것과 마찬가지로, (작년 8월 대만을 방문한 미 하원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 같은 인물이 다시 온다면 (해당 항공기를) 격추해야 할 것"이라는 글도 게재됐다.
사실 중국에선 서방의 인터넷 플랫폼과 언론 매체들을 사실상 볼 수 없도록 한 당국의 검열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이 가동될뿐더러 SNS에서의 의견 표출도 철저히 통제되는 점을 고려할 때 중국 당국의 묵인 없이 이런 극단적인 대미 공격성 글이 유통되기는 쉽지 않다.

중국 당국자와 관영 학자들도 대미 여론몰이에 나선 모습이다.
진찬롱 베이징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5일 웨이보에 문제의 비행체를 '유랑 풍선'으로 규정했다. 미 상공에 진입한 것은 "일종의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미국이 많은 걸 과장하고 과잉 반응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차관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 정치인들이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사고를 처리하고 있다"고 미국을 겨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이 '적당한 수준에서' 미국의 정찰 풍선 공격과 관련한 대미 견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온라인 통제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대미 온라인 공격의 강도를 더 높일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제로 코로나' 정책 강행과 부동산 시장 위기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해 수위 조절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는 미국이 전투기를 동원해 정찰 풍선을 격추한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불필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관측통들은 미국의 여론과 관점에서 볼 때 그러한 행동은 타당하다고 말한다"면서 중국 당국이 논란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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