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즉각 지원 나설 것"…양국 간 '지진외교'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역사적으로 앙숙 사이로 지낸 튀르키예와 그리스가 강진 대재앙을 계기로 화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과거 1999년 튀르키예에서 규모 7.6 강진이 발생하고 두 달도 안 돼 그리스 아테네에서 규모 5.9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양국이 서로 신속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지진 외교'(earthquake diplomacy)를 펼친 바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1999년 8월 17일 튀르키예 서북부 이즈미트 근처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많은 건물이 붕괴해 1만7천여 명이 숨졌으며, 10월 13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43명이 사망했다.
당시 튀르키예와 심각한 갈등 관계에 있던 그리스는 튀르키예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신속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지진 외교' 물꼬를 텄다. 이어 두 달이 안 돼 발생한 아테네 지진 때는 튀르키예가 즉각 지원에 나섰다.
양국의 이런 움직임은 오랜 역사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한때 그리스를 점령했던 튀르키예는 지금도 그리스 일부와 국경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고 있고, 그리스는 튀르키예를 '최대의 적'으로 여기고 있다. 이로 인해 양국 사이에는 전면전은 아니라도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항상 거론될 정도다.
당시 NYT는 이런 지진 외교를 두고 "양국 관계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놀랍도록 갑작스럽게 개선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지진 역시 양국 모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며 무장 대치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발생해 향후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과거 그리스 외교장관으로 '지진 외교'를 이끈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는 폐허에서 긍정적인 무언가를 만들려 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번 지진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공통점을 가졌는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으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트위터에서 애도를 표한 뒤 "그리스는 자원을 동원해 즉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전문가인 이언 레서는 "튀르키예처럼 상당한 능력을 갖춘 나라도 이런 재앙에 대처하려면 동맹국은 물론 적대국 도움까지 필요하다"며 "1999년과 현재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협력 모멘텀은 유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양국 사이에 심각한 사건이 발생할 위험이 실제 존재해왔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 정도 규모 사건으로 촉발된 정치적인 힘은 지역 외교의 경로를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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