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금리 안정에 매입금리 인하도 검토중
대우건설 시공권 포기 파장에 시장 촉각…"비슷한 사례 늘어날 것"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홍유담 기자 = 중소형 증권사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 매입 프로그램의 운영 기간 연장과 매입금리 조정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들어 중소형 증권사들의 '유동성 위기'는 한 고비를 넘겼지만, 최근 대우건설의 시공권 포기 사태 등 부동산 시장 침체 이슈가 줄곧 증권업계의 '뇌관'으로 작용하는 만큼 리스크 대비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업계 등이 작년 연말 자금을 모아 운영해온 중소형사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의 매입 금리 조정을 검토 중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증권금융과 산업은행이 선순위,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중순위, 매입을 신청하는 중소형사가 후순위로 참여해 총 1조8천억원 규모로 출범했다. A2 등급 PF ABCP가 매입 대상이며 오는 5월 30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우선 매입 금리를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는 10%대 초반 수준의 금리로 중소형사 PF ABCP를 매입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금리가 안정되면서 프로그램 매입 금리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실제 단기자금시장의 바로미터 격인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는 지난해 12월 초 연 5.54%까지 치솟았다가 최근에는 4%대 초반까지 내려올 만큼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어디까지나 유동성 리스크 해소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지 중소형사들에 사업적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며,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 등도 고려해 섣불리 매입 금리를 낮춰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금융투자협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조만간 프로그램 참여 주체들이 금리 조정 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5월 말로 예정된 프로그램 운영 시한을 늦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프로그램에 관여하는 한 관계자는 "증권업계 유동성 위기가 안정됐다고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문제가 현재 진행형인 만큼 계속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선 금리 조정 방안부터 결정한 뒤 기간 연장 문제도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업계가 부동산 리스크에 대한 대비태세를 늦추지 않는 건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언제든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ABCP 사태'처럼 이번 대우건설 시공권 포기가 시장에 갑작스러운 악재가 되지 않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 대우건설은 울산 동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개발사업의 후순위 대출 보증(브릿지론)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시공권을 포기했다.
높은 금리와 공사비, 업황 등을 고려할 때 향후 미분양으로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해 일찌감치 선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상황이 안 좋아진 사업장을 구조 조정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 이런 비슷한 사례들이 계속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0월부터 정부와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 대책을 쏟아내며 증권사들의 자본조달 숨통은 트여줬지만, 그간 벌여온 부동산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손실은 앞으로 건설사와 증권사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박세라 신영증권[001720] 연구원은 "부동산 PF의 유일한 현금 수입원은 분양대금인데 현재는 분양물량이 늘어날수록 미분양 세대 수도 증가하는 형국"이라며 "이번 사례와 같은 PF 디폴트 발생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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