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 한반도 전쟁 시 미국 방위 약속 믿을 수 있나 의문"
美 당국자 "韓, 자체 핵무장 대가와 위험 이해하고 있을 것"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한국에서 커지는 안보 불안을 소개하며 보수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자체 핵무장론을 조망하고 나섰다.
WP는 7일(현지시간) '한국인들은 궁금해한다:미국이 여전히 북한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까?'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서 이 신문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위협을 키우는 가운데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한국인들 사이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지켜주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여전히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민간인 통제선 안의 민간인 마을' 통일촌에 거주하는 이완배씨의 인터뷰도 소개했다.
50년간 통일촌에 살아왔다는 그는 "핵무장을 할 시기"라며 "북한의 핵 위협에 핵으로 맞대응하는 것이 우리 마을의 오랜 염원인 안정을 가져오는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북한이 유례없는 횟수로 미사일 발사시험을 감행한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중국과 대만의 갈등까지 고조하며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안보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냉전 시대의 경우 공산주의에 대한 최전선 방어막으로서 한국을 지켜내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이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유사시 여전히 미국이 한국에 유효한 방어 수단을 제공할 여력과 의지가 있는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실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내적으로 독자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한층 힘이 실리는 게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독자 핵무장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고 한국 국민 76.6%가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최종현학술원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인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에 기댈 수밖에 없고, 안보 불안이 가중한 상황에서는 이 같은 확장억제의 약속을 확신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난달 31일 한국에서 열린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를 위해 연합연습을 확대하고 전략자산을 적시에 전개하기로 합의한 것 역시 이 같은 배경을 깔고 있다.
WP는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은 북한과 중국이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을 더 이상 믿지 않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한다"며 "이는 특히 한국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에 특히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미국은 핵 공격 시 압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며 "한국인들이 자체 핵무장에 따르는 대가와 엄청난 위험에 대해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