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용적률 상향에 인프라 못 따라가면 도시환경 악화 우려
그린벨트나 3기 신도시 임대주택 활용한 이주대책 요구도
원희룡 장관, 1기 신도시 지자체장들과 간담회
국토부 "과도한 공공기여 없도록 적정 수준 제시할 것"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1기 신도시를 포함한 20년 이상 노후계획도시 정비에 파격적 특례를 부여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1기 신도시 지자체장들이 용적률 상향과 이주 대책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미 아파트가 빼곡한 신도시의 용적률을 300% 이상으로 고밀개발 하면 상하수도·공원·학교·도로 등 기반시설을 재창조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 그런데 여유 공간은 마땅치 않기 때문에 기반시설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장들은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 마련에 대해선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후속 조치를 빠르게 진행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기 신도시 지자체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노후계획도시 정비 특별법'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간담회에는 이동환 고양시장, 신상진 성남시장, 조용익 부천시장, 최대호 안양시장, 하은호 군포시장과 각 지역 총괄기획가(MP·마스터플래너)들이 참석했다.
5개 지자체는 특별법에 따른 특별정비구역지정 등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 중 1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하는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되면 지자체장들이 즉시 특별정비구역 지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지자체장들은 파격적인 용적률 완화 특례에 대해선 우려를 드러냈다.
특별법에는 노후계획도시 용적률을 300%에서 역세권의 경우 최대 500%까지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담는다. 통상 용적률 300%는 아파트 35층, 500%는 대략 50층까지 지을 수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용적률을 굉장히 파격적으로 올려 지자체에서 결정할 수 있게 한 것은 감사하지만, 주거환경 측면에서 인프라 확보가 되지 않는 지역이 꽤 있다"며 "조정 과정에서 지자체의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인프라 관련 기준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대호 안양시장도 "기반시설이 부족한데 용적률을 높였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용적률 상향은) 개발이익을 보장해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전략이지만, 기반시설 부족으로 인한 도시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며 "단지별 용적률 상향보다 부족한 교통 인프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공적 공급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자체장들은 이주대책 수립이 중요하다는 점에도 입을 모았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주단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기 신도시 재건축에 큰 제약이 생긴다"며 녹지나 보존 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이주단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의 임대주택 입주 기준을 완화해 1기 신도시 이주 대상자를 포함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재건축 연한인 30년보다 짧은 '택지조성 완료 이후 20년'을 특별법 적용 기준으로 삼은 데 따른 우려도 제기됐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주택이 재개발을 추진하면 혼란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환 시장은 "재건축 연한을 10년 앞당기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이 부분은 다시 한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재건축의 기준을 인프라가 아닌 택지조성 시점에 두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리모델링이 더 나을지, 재건축이 나을지 주민들의 혼란과 갈등이 증폭될 수 있기에 선택권을 부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원도심 균형발전도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도 잇따라 나왔다.
지자체장들은 1기 신도시와 연접한 구도심을 어디까지 노후계획도시에 포함할 수 있을지 검토해 시행령에 담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토부는 노후계획도시에서 동시다발적 정비사업이 이뤄져 대규모 이주 수요와 시장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토부가 세우는 기본방침과 시행령에 관리 방법을 담기로 했다.
또 용적률 인센티브에 따른 기부채납 등 과도한 공공기여로 사업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시뮬레이션을 거쳐 적정 공공기여 수준을 시행령에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특별법에는 무엇을 못 한다, 하면 안 된다는 규제적 관점보다는 많은 가능성을 열기 위한 절차적 방법과 기준을 담았다"며 "지자체의 자율권과 주민들의 자주적 요구, 아이디어를 최대한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후계획도시가 아닌 노후 구도심 등 일반적인 정비사업 과정에서도 장애요인이 없도록 제도 개선과 정책 지원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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