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정치인·대학생 등 포함…'반역' 명목 시민권도 박탈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중미 니카라과 정부가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 퇴진 요구 시위 등을 벌이다가 수감된 정치범 222명을 미국으로 추방했다.
9일(현지시간) 니카라과 일간지 라프렌사 인터넷판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니카라과 정부는 이날 새벽 전국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이들 정치범 222명을 불시에 석방하고 미국으로 쫓아냈다.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의 옥타비오 로스슈 치안판사는 이들에 대해 "각종 불법행위로 법질서를 위반하고 국가와 사회를 공격하며 국가의 최고 이익을 훼손한 만큼 즉각적인 추방을 명령한다"고 밝혔다고 라프렌사는 보도했다.
니카라과 정부 역시 이들을 테러와 경제적 불안정을 선동한 '반역자'로 간주하면서 피선거권 및 시민권을 박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방된 이들 중에는 농민 지도자, 전직 외교관, 재계 인사, 언론인, 가톨릭 주교, 대학생 등이 포함돼 있다.
또 222명 가운데는 2021년 선거(대선·총선)에 출마하려다 투표일 직전 구금된 야당 정치인들도 있다고 라프렌사는 전했다.
당시 대선에서는 좌파 여당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의 오르테가 대통령이 75.92%의 득표율을 기록해 4연임이자 5선에 성공했다.
정치범들은 마나과에 있는 호르헤 나바로 교도소를 비롯해 라에스페란사 여성 감옥과 엘치포테 등에 수개월에서 수년간 수감돼 있었다. 일부는 가택연금 상태였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가족들을 인용해 "많은 이들이 1년 이상 독서와 글쓰기를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햇빛이나 신선한 공기를 거의 접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70대의 한 수감자는 건강 악화로 사망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리카 게바라 로사스 국제사면위원회(국제앰네스티) 미주지부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 사람들은 인권을 옹호하고 오르테가의 공포 정권에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투옥됐다"며 "드디어 오늘 가족과 함께 할 수 있게 됐다"고 썼다.
1985년 임기 5년의 대통령직에 오른 오르테가는 뒤이은 대선에서 연거푸 낙선했으나, 2007년 대통령에 재당선된 후 지금까지 장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 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과 함께 반정부 시위자를 구금하고 정부 비판 언론사를 폐쇄시키는 등 철권을 휘두르고 있다.
2018년 4월에는 니카라과에서 오르테가 퇴진 시위가 대규모로 진행됐는데, 정부는 이때 최소 355명의 사망·실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약 15만 명을 추방하기도 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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