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야당 부주석, 中 쑹타오 만나 긴장 완화 나서라 요구

입력 2023-02-10 10:00  

대만 야당 부주석, 中 쑹타오 만나 긴장 완화 나서라 요구
대만 당국, 대화 전문 공개 주문…총통선거에 中개입 의심
중국의 대만정책 총괄 왕후닝 상무위원과 회동 여부에 촉각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의 샤리옌 부주석이 중국 공산당 대만공작판공실 및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쑹타오 주임을 만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긴장 완화에 나서라고 요구한 것으로 중화권 매체들이 10일 보도했다.

8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인 샤 부주석은 9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쑹 주임과 비공개로 만나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샤 부주석은 중국으로 향하기에 앞서 취재진에 쑹 주임에게 "대만인들이 우려하는 문제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회동에서 현재 양안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보고 정치적인 차이가 경제·무역·민생 분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고, 교류와 소통을 강화해 분쟁 해결·신뢰 구축·평화 발전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둘의 만남은 중국 당국이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민진당 정부를 겨냥한 군사적 위협의 강도를 높여온 가운데 이뤄져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중국은 차이 총통 집권 이후 수년째 대만과 냉랭한 관계를 이어왔으며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빌미 삼아 대만 봉쇄 군사훈련에 이어 대만해협에서 무력 시위를 지속해왔다. 다만 최근에는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샤 부주석은 작년 8월 중국군의 군사훈련 직후에도 방중해 양측 관계를 논의했던 인물로 대만 국민당과 중국 당국을 잇는 연결 고리로 알려졌다.
쑹 주임은 중국의 대만 정책 실무사령탑이다.
일각에선 이번 회동을 두고 중국이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에서 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당에 맞서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의도로 만든 이벤트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만 국민당이 샤 부주석과 쑹 주임 간 회동 직후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샤 부주석은 양안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중국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통신인 신화사는 샤 부주석이 양측의 이익과 복지 증진을 위해 중국과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런 국민당의 발표에 대해 대만의 중국 정책 담당 기관인 대륙위원회는 샤 부주석과 쑹 주임의 대화 내용 전문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대륙위원회의 추추이청 부의장은 "국민당은 대만인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샤 부주석이 방중 기간에 누굴 만났고 무엇을 했는지를 완전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 부의장은 그러면서 샤 부주석이 중국 당국에 대만의 주류 의견이 민주주의와 평화를 선호하며 대만을 강압·위협하는 중국에는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부의장은 아울러 샤 부주석이 대만을 대표해 중국 당국과 어떤 협정을 맺고 서명할 권한을 부여받지 못했다고 상기시키고, 그가 방중 기간에 왕후닝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샤 부주석이 이날 왕후닝 상무위원을 만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 왕 상무위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대만 정책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한편 신화사는 쑹 주임이 샤 부주석에게 '하나의 중국' 원칙을 구현한 '92공식'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기초 위에서 국민당과의 교류를 강화할 것이라는 중국 당국의 의지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대만 대륙위원회는 "양안은 서로 속하지 않은 관계"라면서 92공식에 거부감을 표시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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