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기업 펀더멘털과 별개로 AI 경쟁 승리 중시" 관측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구글의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검색서비스 '바드'의 경쟁력에 대한 우려 속에 미국 뉴욕증시에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가 이틀 연속 크게 떨어져 200조원 넘는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종가 기준 107.64달러였던 알파벳 주가는 AI 관련 악재가 터진 후 8일 7.68%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4.39% 하락한 95.01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3일 실적 발표 당시 2.75%가 내린 것보다 훨씬 큰 하락으로 이틀간 11.7%가 빠졌다. 시가총액은 이틀 동안 약 1천621억 달러(약 205조원) 감소했다.
블룸버그는 알파벳 주가가 이날 장중 5.1% 하락했을 당시 기준으로 이틀 새 시총 1천700억 달러(약 215조원)가 줄었다고 집계했으며, 이에 대해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의 이틀 치 시가총액 감소분으로는 역대 최대라고 전했다.
알파벳의 주가 급락은 AI 챗봇 '챗GPT'의 세계적 흥행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검색엔진 빙(Bing)에 챗GPT와 유사한 챗봇을 탑재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구글이 서둘러 내놓은 바드의 검색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주도했다.
바드에 '제임스 웨브 우주망원경'에 대해 질문하자 "태양계 밖의 행성을 처음 찍는 데 사용됐다"고 잘못된 대답을 내놓은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전 세계 검색엔진 시장의 93%는 구글이 차지하고 있고 빙은 3%에 불과하다.
하지만 MS가 AI 챗봇 기능을 활용해 검색 시장의 판도를 뒤집으려 하는 가운데 구글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부각된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그간 뉴욕증시에서 소형주 위주였던 AI 테마가 알파벳과 MS 등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기초여건(펀더멘털)과 별개로 AI 경쟁에서의 승리를 중요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투자자문회사 글렌뷰 트러스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빌 스톤은 아직 누가 생성형 AI 경쟁에서 이길지 알 수 없다면서 "알파벳이 검색에서의 우위를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분명 있지만 알파벳은 여전히 경쟁 수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소비자들의 검색 습관을 바꾸는 것은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신중론을 제기했고, 빙이 구글의 검색 능력을 따라잡으려면 멀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편 챗GPT의 흥행 덕분에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증시에서도 AI 테마주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상하이 증시에서 AI 관련 종목인 '베이징 하이톈루이성(海天瑞聲) 과학기술' 주가는 올해 들어 8일까지 217.6%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바람이 가상화폐 업계에도 불고 있다면서, 가상화폐 관련매체 코인게코가 AI와 관련 있다고 분류한 거의 모든 코인이 지난주 최소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7거래일간 '싱귤러리티다오'는 138%, '싱귤러리티넷'은 126% 올랐다.
한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이 그냥 챗GPT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고 봤고, 다른 관계자는 "(이러한 투기적 행위는) 완전 허튼소리"라고 지적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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