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거 국립공원서 시행…지난해 밀렵 40% 줄어
인접 지역 '풍선효과'에 환경장관 "타 지역도 적용해야"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코뿔소 밀렵 방지를 위해 코뿔소의 뿔을 미리 잘라내는 '고육책'이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남아공 전체에서 밀렵에 희생된 코뿔소는 모두 448마리로 전년도보다 3마리 줄어드는 데에 그쳤다.
하지만 크루거 국립공원의 경우 지난해 밀렵으로 죽은 코뿔소가 124마리로 전년도보다 40%나 줄었다.
이는 이 공원에서 코뿔소의 뿔을 잘라내는 '극약처방'을 한 것이 효과를 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남아공을 대표하는 자연보호구역인 크루거 국립공원은 연간 1천200만 파운드(약 183억 원)를 들여 밀렵과의 전쟁에 나섰다.
밀렵꾼들이 코뿔소를 사냥할 가치가 없어지도록 아예 뿔을 미리 잘라내도록 했다. 단속도 강화해 밀렵에 연루된 직원 여럿이 체포됐고 관련 범죄에 가중 처벌이 내려졌다.
이에 비해 인근 콰줄루나탈주에서는 지난해 코뿔소 밀렵이 전년 대비 두 배로 늘어 244마리가 밀렵에 희생됐다. 남아공 전체에서 죽은 코뿔소의 절반이 이 지역에서 나왔다.
이는 밀렵꾼들이 크루거 국립공원보다 밀렵이 쉬운 콰줄루나탈 주로 옮겨갔기 때문이라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바버라 크리시 남아공 환경부 장관은 콰줄루나탈주 당국도 크루거 국립공원처럼 관내 코뿔소의 뿔을 자르고 밀렵 단속을 위한 고강도 조치를 시행해야 코뿔소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이런 모델을 따른다면 콰줄루나탈주 정부도 더 늦기 전에 코뿔소 밀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뿔소 밀렵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코뿔소의 뿔이 암 치료와 정력 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잘못된 속설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는 이 뿔 1㎏이 5만 5천 파운드(약 840만 원)에 팔린다.
지난 10년간 크루거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흰코뿔소와 검은코뿔소의 3분의 2가 밀렵에 희생됐다.
남아공 북서쪽에 인접한 나미비아에서도 지난해 코뿔소 밀렵이 최고조에 달해 2021년과 비교해 거의 두 배에 이르렀다.
보츠와나 정부도 밀렵 피해가 늘어나자 2021년부터 코뿔소의 뿔을 자르고 있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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