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투자 수요 다각화·70bp 금리하락 효과…대외 민감도 확대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여부 결정 시기가 다음 달로 성큼 다가오면서 국내 채권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수 편입에 성공하면 한국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 유형이 지금보다 다양해지고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외부 자본유입 규모가 커지면서 대외 상황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9월 말 WGBI에 관찰대상국으로 이름을 올렸고 이르면 다음 달에 지수 편입 여부가 공식 결정된다.
WGBI는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217500](Russell)이 관리하는 인덱스다.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주요 23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으며 추종 자금은 약 2조5천억달러로 추산된다.
증권가는 우선 원화채권 수요 확대를 주요 기대 효과로 꼽는다.
유승민 삼성증권[016360] 투자전략팀장은 "WGBI라는 글로벌 지수에 한국이 편입되면 장기적 성격의 자금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게 된다"며 "시장 안정성이 높아지고 원화채권 수요 기반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국내 채권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구성 비율은 대략 중앙은행·국부펀드 등 공공부문 투자기관 중심의 중장기 성향이 60%, 투자은행·펀드 등 민간부문 투자기관 중심의 단기 성향이 40%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WGBI 편입에 성공할 경우 해당 지수의 추종자금 성격상 특히 중장기 성향 투자자의 저변이 다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수요가 보다 촘촘하게 형성되는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장에서 국고채 30년물은 보험사나 연기금, 3년물은 자산운용사나 은행 등으로부터 견조한 수요가 나오는 반면 5년·10년물의 경우에는 실수요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만일 WGBI 편입에 성공할 경우 해당 인덱스의 듀레이션(잔존만기)에 맞춰 자산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10년물에 대한 외국인 수요가 생기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확대는 곧 자금 유입으로 연결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WGBI 편입 시 한국 국채시장 비중은 약 2%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를 토대로 지수 편입 후 자본유입 규모를 추정하면 약 500억∼600억 달러(한화 약 63조1천억∼75조7천억원)의 지수 추종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지수 편입 후 자금은 통상 12∼18개월에 걸쳐 유입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평균 자본유입 규모는 약 28억∼50억달러(약 3조5천억∼6조3천억원) 수준이 된다.
원화 채권 공급량은 일정한 상황에서 지수 편입에 따른 수요가 늘면 채권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즉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는 하락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WGBI 편입 후 600억 달러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전제로 국고채 5년물 금리(수익률)가 약 25∼70bp(1bp=0.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봤다. 금리가 떨어지면 그만큼 이자 비용은 절감돼 경제 주체들에 도움이 된다.
다만 외부 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김한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WGBI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장기투자 성향을 갖고 있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자본이 대거 유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자본 유입 규모가 확대되면 대외 요인 변화에 따른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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