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시동'…해외 사례 직접 살펴본다

입력 2023-02-13 06:32  

금융위,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시동'…해외 사례 직접 살펴본다
16일부터 일주일 런던·싱가포르 출장…내부통제 체계 등 연구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추진 작업에 본격 시동을 건다.
금융위원회는 변제호 금융정책과장 등 실무진이 오는 16일부터 약 일주일간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 등지에서 해외 금융사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체계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금융위 내 지배구조 전문가로 통하는 김용재 금융위 상임위원도 일부 일정에 함께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직접 지시한 이후 금융위가 보이는 첫 행보다.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 선진 사례를 보고 오려고 한다"며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시스템 등을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임기 만료 시점마다 '셀프 연임' 및 '황제 집권' 논란이 이어지면서 지배구조 선진화가 정치권과 금융권 화두로 부상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 보고에서 "은행이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관치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대통령 발언에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를 포함한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


소위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소유분산 기업들은 CEO가 경영을 대리하는 구조다. 그러나 CEO가 이사회를 자기 사람들로 채움으로써 광범위한 지배권을 지니게 되고, 이에 따라 부적절한 장기 집권이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정태 전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은 2012년 회장직에 오른 뒤 2015년, 2018년, 2021년 잇따라 연임에 성공(4연임), 지난해 3월까지 무려 10년 동안 하나금융을 이끌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2014년 11월 취임한 뒤 2017년과 2020년 두 번 연임하고 현재 9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금융당국은 해외 글로벌 금융사들의 회장 선임 절차 등 지배구조 체계를 들여다보고 국내 제도 개선안에 반영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금융사뿐 아니라 관계 당국 관계자들과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CEO 승계를 위해 중기적인 후보군 육성 계획을 세우고 객관적인 선출 절차를 마련하는 등 국내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영국 HSBC와 미국 씨티그룹 등은 기존 CEO 임기 만료 수년 전부터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한다.
지난 2012년 10월∼2021년 2월 재임한 마이클 코뱃 전 미국 씨티그룹 CEO의 승계 사례를 보면, 코뱃은 2008년부터 경영위원회(EC)에 참여하면서 '상시관리 후보군'에 포함돼 약 5년간 주요 사업 부문에서 경영 역량을 축적했다.
그는 숏리스트에 선정된 뒤에도 1년 10개월간 핵심시장인 유럽·중동·아프리카지역을 담당하며 CEO로서의 역량을 보완한 뒤 회장으로 선임됐다.
2018년 2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재임한 존 플린트 전 영국 HSBC CEO도 2016년부터 경영승계 준비를 시작해 안정적인 승계 절차를 밟았다.
HSBC는 후보군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내부 평가뿐 아니라 외부 전문기관의 의견 등을 반영해 객관적인 선출 절차를 진행했다.
이밖에 금융위는 글로벌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체계도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금융위는 고위경영진과 임원들의 내부통제 관련 최종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해 1분기 중 입법예고 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대표이사에게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처를 할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사회와 관련해서도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업무를 감독하도록 감시·감독 의무를 명확화하는 내용이 담긴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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