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러시아의 홍해변 북아프리카 해군기지 건설 논의가 수단 군부의 지지로 다시 힘을 받게 됐다고 AP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수의 수단 관리들에 따르면 수단 군부는 러시아에 해군 기지 건설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끝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따라 홍해변 도시 포트 수단에 해군 기지를 건설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은 향후 구성될 민간 정부와 의회의 승인만을 남겨두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수단 관리는 "그들(러시아)이 우리의 모든 우려를 해소했다. 군부 측은 그 거래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수단 군부 측은 이에 대한 확인 요청을 거절했다.
지난 9일 수단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해군기지 건설 계획이 향후 구성될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프리카에서 양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는 홍해변 항구도시 포트 수단에 자체 해군기지를 건설해 홍해와 인도양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려 한다.
이 기지에 약 300명의 병력을 상주시키고 핵 추진 선박을 포함해 군함 4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다는 게 러시아 측의 계획이다.
러시아에 기지 건설을 허용하는 대가로 수단은 무기와 군수 장비를 지원받는 것이 양국 간 거래의 골자다.
양국은 2017년 협상을 시작했지만, 2019년 수단의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당시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되면서 사업이 불투명해졌다.
러시아는 2020년 말 수단 해군기지 건설 협정을 제안한 사실과 협정문 초안을 공개하면서 합의를 재촉했지만, 수단 정부는 이듬해 6월 이전 정권에서 추진된 사항이고 의회의 비준도 받지 않은 사항이라며 관련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난해 2월 러시아를 방문했던 수단 군부의 이인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이 기지 건설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당시 그는 "어떤 나라가 기지 건설을 원하고, 그것이 우리의 이해와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다면 누구와도 거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단에서는 2019년 민주화 시위에 이은 쿠데타로 바시르의 30년 철권통치가 막을 내린 뒤, 군부와 야권이 주권위원회를 구성해 선거와 민정 이양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군부가 지난 2021년 10월 25일 쿠데타를 일으켜 과도정부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권위원회를 해산하면서 민정 전환 절차가 전면 중단됐다.
이후 민주화 세력은 군부가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며 시위를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수단 군부와 정치권은 지난해 12월 민간 주도의 과도 체제 도입과 2년 후 선거를 통해 정부 구성 등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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