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풍선' 사태 발발 열흘만에 '맞불전략' 본격 가동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의 '정찰 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사태가 세상에 알려진 지 열흘 만에, 중국이 '역공' 모드로 본격 전환한 모양새다.
미국이 정찰 풍선과 관련한 대중국 압박의 고삐를 풀지 않자, 중국은 미국 측 풍선이 중국 영공을 지난 1년여 사이에 10회 이상 침범했다고 새롭게 주장하며 '각'을 세웠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등은 거론하지 않은 채 "미국의 고공 기구(풍선)가 작년 이후에만 10여 차례 중국 유관 부문의 승인 없이 불법적으로 중국 영공으로 넘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 격추한 중국 풍선과 10일 알래스카, 11일 캐나다 유콘, 12일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휴런호 상공에서 각각 격추한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외신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른바 정찰 풍선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재차 밝히고, 나머지 미확인 비행체 3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긋는 동시에, 미국 풍선도 중국 영공을 빈번하게 침범했다는 주장을 새롭게 제기한 것이다.
왕 대변인은 '미국 풍선의 중국 영공 침범'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묻는 후속 질문에 미국의 스파이 행위를 비판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미국 풍선이 중국 본토에 진입했다는 의미인지, 중국과 다른 국가 사이에 섬 영유권 갈등이 존재하는 남중국해 등의 상공에 진입한 것을 거론한 것인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나 분명한 것은 중국 측이 미국 풍선의 중국 영공 진입 주장을 미국의 스파이 행위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제기한 사실이다.
왕 대변인은 "미국 측은 자신의 기술을 남용하고, 동맹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상대로 대규모의 무차별적인 감청 및 기밀절취를 하고 있다"며 "미국 측이 빈번하게 함선과 항공기를 파견해 중국에 대한 근접 정찰을 실시하며 중국의 주권을 훼손한 사실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이와 함께 미국을 겨냥해 "누가 세계 최대의 스파이·감청 제국인지에 대해 국제사회는 매우 분명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간 제기된 미국의 외국 대상 스파이 행위 의혹을 길게 거론했다.
결국 중국은 계속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득책이 아니라는 판단 하에 자국에 대한 미국의 정찰 행위를 문제 삼으며 '맞물'을 놓는 쪽으로 전술을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미국 국방 당국이 중국 '정찰 풍선'의 영공 침범 사실을 공개한 뒤 중국은 풍선이 중국 것임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영공 진입이 바람에 의한 불가항력적 일이었으며, 풍선 자체도 군사용과는 무관한 과학연구용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와 같은 해명과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풍선을 격추한 뒤 잔해에 대한 조사에 나서고, '미확인 비행물체'까지 격추하면서 사안을 키우자 중국도 '맞불 전략'을 본격 가동할 때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중 간에 소모적 공방을 끝내고 건설적 대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때까지 중국의 '맞불 작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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