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어도 가맹택시 우선 배차…'카카오T블루' 점유율 14→74%
"은밀히 알고리즘 조작해 가맹 늘려"…60일 내 차별 시정명령
카카오 "소비자 편익 고려안 해…행정소송 등 강구"
(서울·세종=연합뉴스) 임은진 김다혜 기자 = 택시 호출앱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회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 기사들에게 부당하게 승객 호출(콜)을 몰아줘 독과점 지위를 확대·강화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앱의 중형택시 일반호출 배차 알고리즘을 은밀하게 조작해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를 우대한 행위(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지위 남용·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57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카카오T 택시 호출 서비스는 승객이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 '일반 호출'과 최대 3천원까지 수수료를 부담하는 '블루 호출'로 나뉜다.
비가맹 택시는 일반 호출만을, 카카오T블루는 일반과 블루 호출을 모두 수행하는데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를 늘리기 위해 일반 호출 때도 가맹 택시에 특혜를 줬다는 게 공정위 결정의 요지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3월부터 2020년 4월 중순까지 승객 위치까지 도착시간이 짧은 기사에게 승객 호출을 배차하는 로직((ETA 방식)을 운영했으나, 카카오T블루가 일정 시간(ex. 6분) 내에 있으면 더 가까이에 일반 택시가 있어도 카카오T블루를 우선 배차했다.
2020년 4월 중순부터는 인공지능(AI)이 추천하는 기사를 우선 배차하고 실패하면 ETA 방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배차 로직을 바꿨는데, 이때 AI 추천은 콜카드(기사에게 승객 호출 사실을 알리고 수락 여부를 묻는 앱 알림) 수락률이 40∼50% 이상인 기사들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수익성이 낮은 1㎞ 미만 단거리 배차에서 가맹 기사를 제외하거나 AI 추천 우선 배차에서 단거리 배차를 제외해 가맹 기사가 단거리 호출을 덜 받도록 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기사(평균 70∼80%)와 비가맹 기사(평균 10%)의 수락률에 원천적 차이가 있음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를 의도적으로 이용했다"며 "수락률 조건으로 은밀히 배차 방식을 변경한 것은 기존에 시행하던 가맹 기사 우선 배차 방식에 관한 의혹이 택시 기사들·언론을 통해 제기됐고 내부적으로 공정위에 적발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수락률 기준 우선 배차는 통상 더 먼 거리에 있는 택시가 배차되므로 승객이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늘고 택시도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며 "소비자 후생 증대 효과가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우대 배차를 활용했고 그 결과 경쟁이 제한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콜 몰아주기 덕분에 가맹 기사의 월평균 운임 수입이 비가맹 기사의 1.04∼2.21배에 달했고 이것이 가맹 가입 유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택시 가맹 시장에서 카카오T블루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말 14.2%(1천507대)에서 2020년 말 51.9%(1만8천889대), 2021년 말 73.7%(3만6천253대)로 급증했다. 반면 주요 경쟁 사업자의 가맹택시 수와 점유율은 감소했다.
카카오T블루 가맹본부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KM솔루션과 지분 26.8%를 보유한 DGT모빌리티이다.
네트워크 효과 등으로 택시 앱 호출 시장 내 카카오T의 점유율도 2019년 약 92.99%에서 2020년 94.23%, 2021년 약 94.46%로 증가했다.
카카오모빌리티로서는 가맹 택시가 많을수록 가맹 수수료 수익이 늘고 승객에 대한 유료 호출 서비스도 확대할 수 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의결서를 받는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일반호출 알고리즘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그 이행상황을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수락률에 기반한 배차를 하는 경우에는 수락률을 공정하게 산정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을 통해 특정 시장(일반 호출)의 지배력을 이용한 자사 우대를 통해 다른 시장(택시 가맹 서비스)으로 지배력을 전이해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에 해당할 수 있음을 네이버쇼핑 건에 이어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또 "플랫폼 사업자가 서비스 이용 조건에 관한 알고리즘을 차별적으로 설정·변경하는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제정된 독과점 심사지침이 적용된 첫 사례다.
공정위 심사관(조사공무원은)은 당초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에 카카오모빌리티 법인과 류긍선 대표, 유승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으나 심판부는 고발할 사안은 아니라고 결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공정위 심의 결과에 대해 행정소송 가능성을 언급하며 반발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심의 과정에서 AI 배차 로직이 승객의 귀가를 도와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킨 효과가 확인됐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고, 택시 업계의 영업 형태를 고려한 사실관계 판단보다 일부 택시 사업자의 주장에 따라 제재 결정이 내려져 매우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오해를 해소하고, 콜 골라잡기 없이 묵묵히 승객들의 빠른 이동을 위해 현장에서 애써온 성실한 기사들의 노력과 헌신이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행정소송 제기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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