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삼성서울병원이 간호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PA'(Physician Assistant) 논란이 의료계 내부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홈페이지를 통해 '외래 EMR(전자의무기록) 차트 작성'과 '방사선 치료 환자 피부 드레싱' 등을 담당할 방사선종양학과 계약직 'PA 간호사'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내 간호사 1명을 채용했다.
이런 사실이 의료계에 알려지고 나서 소아청소년과의사회(회장 임현택)가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PA가 공식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불법적으로 간호사를 채용했다는 게 의사회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삼성서울병원은 "병원계에서 진료 보조, 진료 지원의 의미로 통용되는 PA라는 용어에 간호사 채용을 함께 쓰는 바람에 불법 채용 공지가 있었던 것으로 오해를 받은 것 같다"면서 "채용 과정에 불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PA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이 의사가 하는 진료 행위나 치료 행위 일부를 보조하는 인력을 말한다. 우리 말로는 '의료보조인력' 정도에 해당한다. 수술장 보조 및 검사 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상황 시 보조 등이 이들의 주된 역할이다.
국내에서 PA는 2010년 처음 도입된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병원간호사회가 간호인력 배치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16년 3천353명이던 PA는 2019년 4천814명으로 4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의료기관 22곳의 PA인력 28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 조사에서는 PA 인력 93.4%가 의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렇게 증가하는 PA가 국내에서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합법적인 PA가 15만 명에 달할 정도로 활성화된 것과 크게 다른 부분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PA를 두고 해마다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의사가 부족한 상황을 메꾸려면 PA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PA를 합법화하면 고비용이 들어가는 의사 채용을 막아 결국 진료 질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 맞서는 형국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런 논란을 피하고자 2021년 PA라는 표현을 아예 없애고 'CPN'(Clinical Practice Nurse, 임상전담간호사)라는 직제를 새로 만들었다. 현재 이 병원에는 CPN 160여 명이 활동 중이다.
다만, CPN 역할에 대해서는 경영진과 노조의 설명이 각기 다르다.
병원 측은 "CPN이 면허 범위 안에서 법적으로 허용하는 역할만 한다"고 했지만, 노조는 "아직도 기존 PA의 역할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정부 당국이 나서 PA의 진료보조 범위와 합법화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한 중소병원장은 "의사 인력 수급이 지역별, 직역별, 요양기관별로 차이가 나면서 의사를 구하지 못해 경영난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법제화를 통한 PA의 명확한 업무 범위 규정은 의료 질 저하를 막고 환자의 안전망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PA에 대한 별도의 교육 과정과 인증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합법화를 추진하는 것은 환자 안전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대한의사협회는 "PA는 의료법상 별도 면허 범위가 정의되지 않은 불법 인력"이라며 "부족한 의사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인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활성화하고 불법 PA 자리에 의사가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PA가 임의로 운용되면서 정작 이런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피해를 보고 있는 건 환자"라며 "현재 상태대로 PA를 합법화하기보다 실제로 PA가 꼭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 합법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론화를 거쳐 사회의 합의를 먼저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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