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사망자 4만명 육박…튀르키예 역사상 최악 인명 피해(종합2보)

입력 2023-02-15 03:53  

지진 사망자 4만명 육박…튀르키예 역사상 최악 인명 피해(종합2보)
튀르키예서만 사망자 3만5천418명…1939년 지진 피해 뛰어넘어
에르도안 "이런 재난 앞에선 어떤 국가도 마찬가지였을 것" 정부 옹호
208시간 버틴 생존자 등 9일차에 9명 구조…유엔 "지금은 생존자 구호의 시간"
유엔 대표단, 처음 반군 지역 들어가…'구호 통로' 2곳 추가 합의


(로마·테헤란=연합뉴스) 신창용 이승민 특파원 = 튀르키예(터키) 남부와 시리아 서북부를 강타한 지진이 튀르키예 역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내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지진 사망자가 3만5천418명, 부상자가 10만5천505명으로 추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수도 앙카라에 있는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 본부에서 5시간에 걸친 회의를 마친 뒤 이번 지진의 사망·부상자 수치를 직접 발표했다.
이로써 이번 지진은 1939년 12월 27일 동북부 에르진잔 지진 피해(3만2천968명 사망)를 뛰어넘어 튀르키예에서 일어난 최악의 자연재해가 됐다.
지난 6일 새벽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지진은 규모 7.8로 에르진잔 지진과 위력은 동일했다.
하지만 첫 지진 발생 뒤 9시간 만에 규모 7.5의 강진이 뒤따랐고, 크고 작은 여진이 계속되며 피해를 키웠다.
여기에 튀르키예에서는 신축 건물까지 맥없이 무너져내리며 부실 공사 책임이 있는 건축업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로 이어졌다.
정부의 부실·늑장 대응이 속속 드러나면서 5월 21일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는 주민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지진이 원자폭탄 수백개의 위력과 맞먹었다"며 "이런 재난 앞에서는 어떤 국가도 우리가 겪었던 것과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것"이라고 정부의 대응을 옹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지막 한 명이 구조될 때까지 수색·구조 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FP 통신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공식 확인된 사망자가 3만9천106명으로 4만명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는 당국과 반군 측 구조대 '하얀 헬멧'이 밝힌 것을 합친 사망자가 3천688명이다.
하지만 시리아의 경우에는 내전으로 정확한 통계 작성이 어려워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진 발생 9일째에도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은 계속됐다.
65세 시리아 남성과 어린 소녀가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의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208시간 만에 구조됐다.
로이터 통신은 이로써 이날 구조된 생존자가 9명으로 늘었다며 구조대원들이 이곳에서 추가 생존자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극적인 생환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매몰자의 생존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에두아르도 레이노소 앙굴로 멕시코국립자치대 공학연구소 교수는 "잔해에 갇힌 사람의 생존 가능성은 5일이 지나면 매우 낮아지고, 예외는 있지만 9일 이후엔 0%에 가깝다"고 말했다.
푸아트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전날 밤 하타이, 카흐라만마라슈, 아디야만에서 매몰자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P 통신은 이를 토대로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튀르키예 10개 주 가운데 7개 주에선 구조 작업이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곳 중 하나인 안타키아에선 건물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소개했다.
러시아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수색·구조 작업을 종료하고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 서북부 반군 장악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 구조대 '하얀헬멧'도 지진 피해 지역에서의 생존자 구조 활동을 조만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 손실 규모는 튀르키예에서만 840억 달러(107조원)를 넘는다고 튀르키예 경제단체는 추산했다. 이는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액수다.
유엔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각각 460만명, 250만명 총 700만명 이상의 어린이가 이번 강진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진으로 집을 잃고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는 사람은 튀르키예에서만 1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열악한 대피 시설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다. 물, 식량, 의약품마저 부족해 '2차 재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은 "지금은 매몰자 구조보다 생존자 구호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지진 피해가 집중된 시리아 서북부는 정부군과 반군 간의 알력으로 국제사회의 구호 물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유엔과 시리아 정부는 시리아 서북부 반군 점령 지역으로 구호품을 전달할 통로 두 곳을 추가로 열기로 뒤늦게 합의했다.
그러나 반군 지역 민간 구조대 '하얀헬멧'은 "유엔의 조치는 충격적"이라면서 "이는 알아사드 정권에 공짜로 정치적 이득을 준 것"이라고 곧바로 반발했다.
그동안 시리아 서북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호 물품은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잇는 '바브 알하와' 육로를 통해서만 전달됐다.
14일 유엔 대표단은 강진 발생 후 처음으로 반군 장악 지역에 들어갔다.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는 AFP 통신에 "여러 기관으로 구성된 대표단이 오늘 튀르키예에서 시리아로 넘어갔다"며 "원조를 위해 현지 상황을 파악하고 평가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중동 국가들의 지원 소식이 잇따랐다.
카타르는 월드컵 때 사용했던 캐러밴 형태의 이동식 주거시설 1만대를 피해 지역에 보낼 계획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지진 구호를 위해 1억 달러(약 1천200억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내전 발발 후 알아사드 정부와 거리를 두어왔던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날 구호물품을 실은 항공기를 시리아로 보냈다.

changyong@yna.co.kr,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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