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튀르키예를 덮친 강진이 9일째로 접어들면서 구조의 희망이 차츰 옅어지고 있지만 기적적인 생환 소식은 이어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튀르키예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이날 카흐라만마라슈의 무너진 아파트 잔해 밑에서 형제가 200여 시간 만에 구조됐다.
아브뒬바키 예니나르(21)와 무함메드 에네스 예니나르(17)가 그 주인공으로, 두 사람은 보디빌더인 무함메드가 평소 먹고 있던 단백질 보충제 가루와 자신들의 소변을 먹으며 구조를 기다렸다고 한다.
앞서 이틀 전에는 형제의 어머니도 무사히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형제가 구조되는 장면은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무함메드가 구조되면서 '어머니는 어떻게 됐느냐'고 구조대에 반복적으로 묻는 장면 등이 튀르키예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무너진 건물에 깔렸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고 언젠간 구조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버텼다"라고 말했다.
이날 같은 도시에선 구조대가 잔해 속에 깔린 한 여성을 구하기 위해 5m짜리 터널을 판 끝에 이 여성과 접촉하는 장면이 생방송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동남부 도시 아드야만에선 18세 소년 무함메드 자페르 제틴이 흙투성이 모습으로 극적으로 구조돼 산소마스크를 쓴 채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안타키아에선 구조 활동에 나선 광부들이 26세 여성을 무사히 구조했다고 관영 방송 TPT가 보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들의 구조 소식을 전하고 구조에 뛰어든 광부 등 자원봉사자들을 추켜세우며 "이들은 우리 기억에서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간이 들려오는 기적적인 구출 소식은 강진 피해로 비통함에 잠긴 튀르키예 국민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주고 있으나,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이런 생환의 가능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구조·구호기관들은 보통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나서 첫 72시간 동안 생존자 수색에 총력을 다한다고 한다.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자 구조의 희망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NYT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진 참사의 책임론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지만, 비판론자들은 그가 건물이 집중적으로 무너져내린 지역의 주택개발 사업을 홍보하는 영상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의 규모가 워낙 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인명피해를 키운 것은 건축 규제를 허술하게 운영한 정부의 무사안일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진으로 인한 튀르키예와 시리아 사망자는 어느덧 4만 명을 넘겼다. 목숨을 건진 수백만 명도 집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린 처지다.
bana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