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나·로마 이어 밀라노 법원도 1심 무죄 판결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6) 전 이탈리아 총리가 일명 '붕가붕가 파티'의 증인 매수 혐의와 관련해 3개 지역에서 진행된 재판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밀라노 법원이 15일(현지시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물론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다른 28명의 피고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 현지 언론매체들이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총리 재임 시절인 2010년 밀라노 인근에 있는 자신의 호화 별장에서 당시 17세로 미성년자였던 모로코 출신 댄서 카루마 엘 마흐루그, 일명 '루비'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언론에선 베를루스코니가 개최한 이 질펀한 섹스 파티를 '붕가붕가 파티'로 부르며 대서특필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5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대법원에서 무죄를 최종 확정받았다.
그러나 이탈리아 검찰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루비를 비롯해 핵심 증인들에게 2011년부터 2015년에 걸쳐 위증과 입막음의 대가로 거액의 돈을 주는 등 증인을 매수한 혐의로 그를 다시 기소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증인 매수 혐의에 대한 재판은 증인들의 거주 지역에 따라 시에나, 로마, 밀라노 3개 도시에서 진행됐다.
2021년 10월 시에나 법원, 지난해 11월 로마 법원이 차례로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밀라노 법원의 1심 판결도 무죄로 끝이 났다.
밀라노는 이번 사건 자체가 발생한 곳인데다 핵심 증인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어 사법부의 결정에 관심이 쏠렸다.
밀라노 검찰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으나 밀라노 법원은 사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포함한 관련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변호인인 페데리코 체코니는 "이 명백한 무죄 판결에 대해 극도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루비'로 더 잘 알려진 엘 마흐루그는 "너무 행복하다. 힘든 세월로부터 해방됐다"며 "이 사건은 내가 17살 때부터 이제 30살이 될 때까지 계속됐다. 악몽과 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증인 매수 혐의와 관련해 1심 판결이 모두 내려진 가운데 시에나 검찰은 항소에 나섰다. 밀라노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0∼2000년대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내는 등 이탈리아 정계의 한 시대를 주름잡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9월 25일 조기 총선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됐고, 전진이탈리아(FI)의 대표로서 집권 우파 연정의 한 축을 맡는 등 여전히 왕성하게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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