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방공 미사일 소진·교란하려 풍선 이용하는 듯"
우크라 인근 몰도바서도 러 정찰풍선 의심 비행체 목격돼
(제네바·서울=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유한주 기자 = 우크라이나는 15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상공에서 러시아가 군사적 목적으로 띄운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 6개를 발견해 격추했다고 밝혔다.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키이우 당국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부분의 풍선이 격추됐다"면서 "우리 방공망을 탐지하고 방공 대응력을 소진하게 하는 게 (러시아가) 풍선을 띄운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당국은 격추된 풍선에는 정찰 장비가 탑재됐을 수 있다면서 잔해를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풍선은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방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도 같은 날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풍선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대공 미사일을 소진하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키이우 일대에 공습 사이렌이 울린 것도 상공에서 러시아군의 풍선이 발견됐기 때문이라면서 "적은 전략적 목표를 방어하기 위한 우리 방공망이 아무런 비용도 들지 않는 이 풍선에 쓰이길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목표 달성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전투 방식을 동원할 것"이라면서 "이들 풍선이 일종의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잘 살펴보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러시아 측이 띄운 풍선이 상공에 떠다닌다는 목격담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고 AFP는 전했다.
이나트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올란-10'을 비롯한 정찰용 무인기를 사용하는 빈도가 갈수록 줄고 있다면서 무인기 재고 부족 탓에 풍선을 정찰에 사용하게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측의 이러한 발표에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국가 몰도바도 전날 "우리 상공에서 기상 풍선과 유사한 러시아 측 비행체가 발견됐다"라면서 약 1시간 동안 영공을 폐쇄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몰도바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이른바 '샌드위치' 신세가 되는 경우가 잦았던 나라다.
특히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일부 지역을 장악한 상황에서 최근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는 등 몰도바의 국내 사정이 우크라이나와 판박이인 터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몰도바도 침공할 것이란 정보가 나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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