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피해자, 무방비 상태서 당해"…한국대사관 "집단거주 다른 한인 안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아르헨티나 내 한국인 집단 거주지에서 동포 여성을 살해한 한인 남성에 대해 구금 영장이 청구됐다.
16일(현지시간)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오스카 시보리 아르헨티나 멘도사주 산마르틴 지방 수석검사는 삼(3)중 가중 살인 혐의를 받는 김모(64)씨에 대해 예비적 구금 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애초 34세로 알려졌던 김씨의 나이를 64세로 확인한 아르헨티나 검찰은 "(피의자가) 명상 중인 피해자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몰래 파묻었다"고 밝혔다.
검찰에서 주장하는 범죄 가중 요소는 두 사람의 관계, 방어 가능성, 페미사이드(여성살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피해자가 직계 존·비속이거나 연인 등일 때 피의자에 대해 더 무겁게 처벌한다. 피해자의 방어력이 부재하거나 부족한 상태를 이용해 범죄를 저질렀는지도 유·무죄와 처벌 수위 판단의 주요 참작 사안이다.
즉, 한국인인 피해자(49)가 김씨와 연인 관계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김씨가 무방비 상태에 있던 피해자를 공격한 정황,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사실 등 김씨 살인 혐의에 가중 요소가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김씨는 이날 법원에서 진행된 심문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범행 이유에 대해서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지난주 산마르틴 지역 돈페드로 농장에서 함께 지내던 피해 여성을 살해한 뒤 인근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13일 음독해 병원으로 실려 가기도 했던 김씨는 현재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2020년 이 농장(견과류 재배·생산)에서 일하며 머물기 위해 아르헨티나 멘도사에 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소 외딴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농장 주변에는 철조망과 함께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다. 안쪽에는 거주 시설로 보이는 단층 건물 몇 동에 공동 부엌과 명상실 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곳에서는 한인 36명이 집단 거주하고 있었다고 아르헨티나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측은 "(남은) 한인들은 자의에 따라 그곳에서 지내며, 필요하면 바깥 왕래도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씨가 아르헨티나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복역을 하게 되는 경우 범죄인 인도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없다"며 "아르헨티나에서 범죄를 저질러 현지 경찰에 붙잡힌 뒤 현지 법원 판결을 받는 것에 대해선 한국과 아르헨티나 간 (범죄인) 인도 협약이 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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