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에르진시 사례 분석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튀르키예를 덮친 강진의 진앙 근처에 있으면서도 건물이 한 채도 무너지지 않아 주목받은 하타이주 에르진시의 '기적'은 그 도시가 지진 파동을 막아주는 단단한 땅 위에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에르진시가 지진 피해를 거의 보지 않은 이유를 분석한 기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지질학자 등의 견해를 전했다.
에르진은 규모 7.8 강진의 진앙인 동남부 가지안테프에서 서쪽으로 불과 166㎞ 떨어져 있다. 큰 피해가 발생한 이스켄데룬이나 안타키아보다 진앙에 가깝다.
하지만 이곳의 건물은 한 채도 무너지지 않았고 사망자도 전혀 없다.
외케슈 엘마솔루 에르진 시장은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건물 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은 자신이 도시 내 불법 건축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튀르키예 강진으로 큰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허술한 건축 규제와 위반 사례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공분이 높은 가운데 에르진시의 사례는 외신을 통해 전세계로 소개되며 크게 주목받았다.
그런데, 지질학자들은 에르진시가 딛고 있는 땅의 지질구조도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피해 도시와 달리 에르진시는 매우 단단한 기반 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지리학자인 타메르 두만 박사는 "에르진은 해수면보다 높은 곳에 있고 기반암이나 모래보다 굵은 입자로 된 땅 위에 있어 다른 도시와 다르다"라고 말했다.
단단한 땅은 지진파와 건물 사이에서 진동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줄여줄 수 있다고 두만 박사는 덧붙였다.
40여년을 이곳의 단층을 연구해 왔다는 지질학자 오메르 엠레 박사는 NYT에 "도시가 얼마나 지진 피해를 보는가는 땅의 상태가 주된 요인이 된다"라고 말했다.
지진 피해가 많이 발생한 지역은 지대가 사암이나 진흙 퇴적층 등으로 돼 있는데, 이런 땅은 지진파를 받으면 파도처럼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엠레 박사는 설명했다.
1999년 수천명의 사망자가 나온 튀르키예 서부 대지진 때도 타브샨즐이라는 소도시가 당시 규모 7.6의 강진을 버텨낸 사례가 있고, 지난주 강진 때도 옆 도시 건물들은 거의 다 무너졌는데 멀쩡한 곳이 적지 않다고 지리학자들은 설명했다.
많은 건설 기술자들은 엘마솔루 에르진 시장의 주장을 평가절하하면서도 시에 좋은 건축 기술자들이 많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리고 에르진 시 외 다른 지역에서 참사가 벌어진 것에는 허술한 건축물 관리 제도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르진이 최근 20여 년간 발전한 '신도시'이기에 과거보다는 건물이 대체로 강화된 내진 기준을 적용받은 점도 참사를 피하게 한 요인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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