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언론 "보복성 조사"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 비판적 다큐멘터리를 내보낸 영국 BBC 방송의 인도 사무소를 상대로 인도 당국이 사흘간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어 BBC의 이름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국제 미디어 회사'에서 미납 세금과 미공개 수입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18일(현지시간)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에 따르면 인도 세무당국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뉴델리와 뭄바이에 있는 BBC 사무소에 대한 세무 조사를 진행했다.
세무당국 측은 일부 디지털 저장장치에 들어있는 자료들을 복사해갔지만 압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 편집·행정 담당 직원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조사했으며, 재무와 콘텐츠 개발, 제작 관련 부서 직원들을 상대로 대면 조사도 진행했다고 전했다.
조사 이후 세무당국은 '국제 미디어 회사'를 조사했다며 "이 외국 법인이 인도에서 소득으로 신고하지 않은 송금들과 이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증거들이 수집되는 등 이전에 신고한 문서와 일치하지 않는 자료들이 발견됐다"라고 밝혔다.
BBC 측은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일부 직원은 오랫동안 심문을 받았다"라며 "17일부터 정상적인 근무를 시작했으며 인도 시청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BBC는 직원들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을 피하고 SNS에 올라오는 각종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BBC가 세무조사를 받는 동안 힌두교 단체들은 인근에서 BBC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인도 야당을 비롯해 언론들은 BBC가 최근 공개한 다큐멘터리 '인도:모디 문제'를 놓고 인도 정부가 보복성 조사를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02년 서부 구자라트주에서 발생한 '무슬림 대학살 사건'과 당시 주 총리였던 모디의 책임론을 다뤘다. 당시 성지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던 힌두교도 59명이 열차 화재로 숨졌고, 이후 화재 원인이 이슬람교도의 방화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자 힌두교도들은 무슬림을 무차별 학살했다.
이 사건으로 약 1천∼2천 명의 무슬림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사건 조사 과정에서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구자라트주 정부가 편파적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BBC 다큐멘터리는 당시 주 총리였던 모디가 경찰 간부를 만나 해당 사건에 개입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모디 총리는 이 사건으로 여러 번 조사 받았지만, 2012년 대법원에서 혐의가 없다는 판결을 받았다.
현재 인도는 이 다큐멘터리의 온라인 확산을 막고 있으며 이를 관람하려던 대학생들을 집단 체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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