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일부 농민도 입장 바꿔…거부권 건의 검토"(종합)

입력 2023-02-20 16:59  

"양곡관리법, 일부 농민도 입장 바꿔…거부권 건의 검토"(종합)
정황근 장관 "정부가 얼마든지 격리하는데 왜 의무화해서 과잉생산하냐"
"농업에 부작용 너무 크기 때문에 장관이 역할해야"


(서울=연합뉴스) 차민지 기자 =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쌀값 유지를 위해 반대하는 것이다. 쌀 과잉생산 문제에 도움이 안 된다"며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앞서 국회 대정부질문 등을 비롯해 이미 여러 차례 반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정 장관은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의 질의에 "정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쌀값 하락 우려로) 38개 농민단체가 반대한다고 성명서를 냈고 쌀 전업농들도 이를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쌀 과잉 생산 문제에 부딪힌 게 20년이 넘었다. 정부는 일관되게 다수확이 아닌 고품질로 가자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거스른다)"고 덧붙였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는 농민들 사이에서도 온도 차가 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졸속처리 되어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냈으나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이상 떨어지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수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논에 벼가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할 때 재정 지원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국민의힘은 수매를 의무화할 경우 쌀 과잉 생산을 유도해 오히려 쌀값이 하락하고 재정 부담도 심화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이 "당장 농민들에게 쌀값 보전을 해주면 생존권은 보장될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쌀값 하향평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하자, 정 장관은 "대부분의 농업인이 처음에는 쌀값이 올라갈 것으로 생각했다가 정부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밝히니 이 법을 (다시) 검토해보자는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이어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난 5년간 평균 쌀 가격보다 10% 이상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라며 "농식품부는 이 모든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연간 20만t(톤)이 과잉공급인데 이를 줄이려면 4만ha 정도의 재배면적을 줄여야 한다"며 "이 면적에 쌀 대신 다른 것을 심자는 것에 100% 동의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되면 기존에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심으려고 하는 사람들도 조금 더 쉬운 쌀농사를 지으려 할 것"이라며 "정부가 얼마든지 격리하고 있는데 이를 왜 의무화해서 굳이 쌀 과잉생산의 길로 가느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장관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 건의를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민주당 신정훈 의원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을 고려하고 있다는 데 장관 생각인가"라고 묻자 정 장관은 "시기적으로 국회 통과도 안 된 만큼 대통령께 건의는 안 드렸다"고 밝혔다.
신 의원이 "그렇게 건의할 것이냐"고 재차 묻자 정 장관은 "신중히 검토할 건데 가급적 이 법은 통과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농업에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제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 주도로 강행 처리 절차를 밟고 있는 법안들에 대해 일괄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부권 행사 대상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개정안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 장관은 스페인에서 계란 121만개를 수입하며 수급 조절에 실패했다는 어기구 의원의 지적에는 "계란은 대한민국이 제일 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 장관은 "AI가 호주 대륙을 빼고 전 세계에 퍼지며 미국은 계란값이 4배가 올랐다. 유럽도 2∼3배 올랐고 일본도 60% 올랐다"며 "121만개는 우리 국민이 하루 소비하는 4천500만개의 0.1% 수준으로 수입의 문을 열어두기 위해 최소 물량만 사 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정 장관은 지난해 수입 소고기 10만t에 할당관세를 적용한 것이 소고깃값 하락의 원인이라는 민주당 김승남 의원의 질의에 "한우는 고급육이고 수입 소고기 98%는 냉동이다. 시장이 완전히 다르고 오히려 할당관세 이후 국내 소고깃값이 (9월까지) 계속 올랐다"고 해명했다.
cha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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