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협력 전기차 기업들에 소비량 80%, 3년 구매 조건
전기차 수요 감소, 과당경쟁 예상 속 생존 모색 차원인듯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 업체인 중국의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탄산리튬 원가를 시가의 절반만 반영하는 '리튬 수익 환원' 계획을 밝혔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이 20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CATL은 전략적 협력관계의 전기차 기업에 탄산리튬 가격을 t당 20만 위안(약 3천770만 원)으로 고정해 산출한 가격으로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다만 해당 기업이 3년간 전체 배터리 사용량의 80%를 CATL로부터 구매해야 하고 일정 수준의 수수료 지급을 조건으로 걸었다.
CATL은 지커자동차, 웨이라이(蔚來·니오), 리샹(理想·리오토), 화웨이의 화반 등에 이런 제안을 했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t당 60만 위안(약 1억1천300만 원)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17일 현재 t당 44만 위안 선(약 8천300만 원)에서 거래됐다.
배터리 가격은 탄산리튬 원가에 따라 변동되지만, CATL은 탄산리튬 시가의 절반 수준에 고정해 배터리 가격을 산정하기로 한 것이다.
유럽연합(EU) 등의 내연기관차 기피 및 전기차 선호 정책과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탄산리튬 배터리 산업이 호황기를 누렸으나, 올해 들어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중국 정부의 지원이 작년 말로 중단된 걸 계기로 전기차 생산과 판매가 감소하면서 탄산리튬 배터리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중국 승용차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신에너지차 판매는 36만대로, 한 달 전인 12월과 비교할 때 43.8% 줄었다.
차이신은 중국 정부가 신에너지차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서 생산 비용이 대당 1만 위안(약 188만 원) 이상 올랐으며, 수요 감소 지속으로 생산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짚었다.
중국에선 1위 토종 전기자동차 업체인 비야디(比亞迪·BYD)가 미국 테슬라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하는 가운데 토종 스타트업 3형제인 샤오펑·웨이라이·리샹 등 3개 업체가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상하이자동차·창안차·지리차·둥펑차 등 토종 전통차 브랜드와 폭스바겐·벤츠·GM·현대기아차도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신에너지차 수요 감소가 지속되고 탄산리튬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 전기차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CATL은 보유 중인 리튬 광산의 채굴권 이득을 챙기지 않을 경우 탄산리튬 생산비용이 t당 20만 위안을 넘지 않을 것이라면서, 신에너지차 제조기업들과의 상생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힌 것으로 차이신은 전했다.
CATL은 쓰촨성 야장현 소재 스노웨이마이닝 리튬 광산을 갖고 있으며, 볼리비아 국영 리튬공사와 함께 볼리비아 염호(소금호수) 리튬 채굴권을 확보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전기 배터리 출하량 기준으로 CATL의 시장 점유율은 37%로 세계 1위를 차지했으나 중국 내에서 CATL 점유율은 50% 이하로 떨어졌다.
일각에선 CATL의 이번 결정이 중국 안팎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CATL은 중국 내에선 간펑리튬·쯔진광업·궈쉬안 하이테크 등에 바짝 쫓기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리튬 생산을 국유화하는 등 경계수위를 높이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편, CATL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관련 규제를 피할 목적으로 최근 포드자동차와 미국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으나, 기술 유출을 우려한 중국 당국이 합작과 관련한 조사에 나서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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