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24일로 발발한 지 1년을 맞는다. 이번 전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최대의 무력 분쟁으로 꼽힌다. 양국 군 사상자가 수십만 명에, 민간인 사망자가 2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막대한 인명 피해와 참혹한 파괴, 인도주의적 재난을 초래하고 있는데도 전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전쟁은 좀처럼 끝을 보일 기미가 없고 오히려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러시아는 최근 봄철 대공세를 예고했고 양측이 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간 평화 협상에 대한 목소리가 지속돼 왔지만, 양국 간 입장에 간극이 너무 큰 것으로 보인다. 출구 찾기가 불투명해지면서 2∼3년 이상 장기 소모전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 정치·안보 질서에 변화를 몰고 왔다.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세계 경제에도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하루 속히 전쟁을 끝내고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
냉혹한 국제 정세의 변화상을 예의주시하며 우리도 더 치밀하게 대처해야 한다. 한시도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우선 국제 질서의 신냉전 체제가 가속화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른바 '서방 대 친러로 대변되는 반(反)서방'의 대결,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안보 외교적 환경에 직접적 변수다. 북한은 중국·러시아 등과 밀착하며 국제정세 변화를 핵 고도화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며 서방과의 동맹·연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에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유럽 내 전쟁에 집중되면서 김정은 정권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 도발 등에 더욱 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정학적 대립 구도가 북핵 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반도 정세 관리가 더욱 엄중해지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첨예해지는 대결 구도 속에서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최적의 역할과 해법 찾기가 절실해진다.
세계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안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는 에너지·식량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받았다.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고 주요국들은 금리 인상에 나섰다. 최근 들어 에너지·식량 가격이 다소간 진정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위기감은 여전하다. 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세계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경기 침체에 빠지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진다. 한국 경제도 최근 둔화 국면을 맞았다는 우리 정부의 첫 공식 진단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경기 둔화 우려'라는 평가를 해오다 이번 달에는 '경기 둔화'로 판단한 것이다. 고물가와 수출 부진, 기업 심리 위축 등이 주요인으로 제시됐다. 물가 안정은 여전히 우리의 우선 과제다.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 글로벌 악재를 딛고 경제 동력을 되찾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긴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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