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후 우크라 심장부 처음 찾아…전쟁 1년 확고한 지지 과시
바이든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젤렌스키 "매우 중요한 신호"
국정연설 앞둔 푸틴 보란듯 5억 달러 지원 발표…對러제재도 예고
(제네바·워싱턴·서울=연합뉴스) 안희 김경희 특파원 김동호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침공 1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했다.
미국 대통령의 전쟁 국가 방문이라는 행보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와 지원을 재확인하고, 우크라이나가 침공에 맞서는 것을 격려하는 동시에 '침략자' 러시아에 경고를 보내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직접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인 것은 물론이고 대통령 취임 후 전쟁지역을 방문한 것도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개전 300일에 즈음해 미국에서 회담한 바 있다.
이날 오전 8시께 키이우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마린스키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이 사선으로 섞인 넥타이 차림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와 줘서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당신을 만난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며 인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의 정복 전쟁은 실패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약하고 서방이 분열돼 있다는 푸틴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증거가 여기 이 방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기에 함께 서 있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신의 방문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하는 매우 중요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미국의 지지 입장을 확인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5억 달러(약 6천500억원) 규모의 새 군사 원조 계획을 제시했다. 포탄과 대(對)기갑 시스템, 방공 레이더 등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장비 제공이 핵심적인 지원 사항으로 꼽힌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별도 화상 브리핑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번 방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에 있어 선명하고 오해의 여지가 없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두 정상은 에너지, 기간시설, 경제 및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도 대화했다"며 "향후 유엔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세션을 갖는 것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평화 해법 등 정치적 측면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요구 중인 전투기 지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두 정상이 그 문제에 대해 좋은 대화를 나눴다"며 "두 정상은 각기 다른 일련의 무기에 대한 관점을 제시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키이우 방문을 발표하는 성명에서 "러시아의 잔혹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곧 1주년을 맞이한다"며 "오늘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와 주권, 그리고 영토 보전에 대한 변함없고 굴하지 않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제재를) 회피하려거나 러시아 군수물자를 보충하려는 엘리트층과 기업들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며 금주 후반부 이 같은 방침들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미국은 대서양부터 태평양까지 걸친 여러 나라들과 전례 없는 군사적·경제적·인도적 지원을 위한 연합전선을 구축했다"며 "이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일부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 방문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21일 의회 국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메시지 발신 측면도 있다고 지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키이우행은 극비리에 진행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까지 전용기로 이동한 뒤 기차를 타고 국경을 건너 키이우까지 거의 10시간 동안 육로로 이동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는 항공편으로 전쟁 지역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NYT는 전했다.
백악관은 이달 초 바이든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우크라이나 방문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작년 개전 이후로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을 여러 차례 요청해 왔지만 안전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 도중 키이우 일대에 공습 사이렌이 울리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실제 공습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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